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꿈에는 베풂을, 끼에는 의미를 -정책이 지닌 파도와 바람①

교육은 어린애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나이만 먹는 어르신이 아니라 베풂의 리더십, 즉 '어른십'을 발휘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꿈과 끼를 끌어내는 교육만으로는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사회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자기만을 위한 꿈과 끼는 결국 꽝이고, 모두의 끝입니다. 꿈에 베풂이 있어야 하고, 끼에 의미가 동반돼야 합니다. (조벽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 강의록 중에서)

지난 회까지 글을 쓰고 난 다음 무언가가 허전했습니다. 학생들의 끼와 꿈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명제, 나아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기본 교육으로 하는 대구독서교육의 방향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조벽 교수님의 강의록에서 발견했습니다. '어른십'을 발휘하는 인재를 키우자는 말, 사실 그것이 21세기 교육의 키워드입니다.

나만을 위한 끼와 꿈은 사회 전체로 볼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잘 키운 한 사람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기업의 주장이 정말 의미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잘 키운 한 사람의 인재가 10만 명의 먹을거리까지 빼앗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거기에 필요한 덕목이 베풂, 즉 나눔과 배려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욕망은 단순합니다.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웁니다. 필요할 때는 무조건 떼를 쓰기도 합니다. 타인을 배려하여 개인의 욕망을 조절하지 않습니다. 그 욕망이 순수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회적인 관계까지 고려한 욕망은 아닙니다. 개인이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사회적인 관계망을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지닌 어른 말입니다. 그것은 순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고 수준이 어린아이의 그것에 머물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중심주의, 가족중심주의에 매몰된 이기주의는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성숙한 '어른십'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어른십'의 핵심은 바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배려와 나눔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측은지심을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훨씬 더 근원적인 차원에 그것이 존재합니다. 내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깨달음, 내 존재가 단지 나 스스로의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 드러난다는 믿음에 배려와 나눔의 본질이 있습니다.

꿈과 끼가 이러한 배려와 나눔을 만난다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겠지요. 극심한 무한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이 그러한 관계를 인식하는 힘이 아주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한 사회 현상을 보면서도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과 저것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는 것들을 질문하지 않고, '이것을 내가 좋아하나' '이것은 나한테 이로운가'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현재 갈등이 증폭된 상황입니다. 갈등이란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무엇 때문에, 어떻게 갈등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표피적인 이념이나 정치적인 논쟁에 그칠 게 아니라 발전적인 갈등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이 지닌 방향의 차이에 대해 갈등해야 합니다. 나아가 갈등으로 그치지 말고 서로 타협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갈등 상황을 갈등해야 합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갈등을 가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교육의 출발입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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