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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알고보니 '캄보디아 초롱이' 체포 1등 공신 "역시 4성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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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덕에 체포된 한국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덕에 체포된 한국인 '로맨스 스캠' 피의자. 독자 제공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며 구조했다던 정모 씨가 실제로는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했다는 현지 교민의 주장이 나왔다. 알고 보니 정 씨는 이성인 것처럼 특정인에게 접근해 돈을 뜯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용의자였는데 감금 상태도 아니었고 자유로이 캄보디아를 노닐다 김 의원의 '작전' 덕에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홍보 방향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캄보디아 초롱이' 구속엔 김 의원 작전이 주효했다.

자신을 캄보디아 현지 교민이라고 밝힌 이창훈 씨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의원이 구출했다고 밝힌 (정 씨 포함) 청년 3명은 로맨스 스캠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라며 "이들은 현재 캄보디아 경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에 아직 돌아온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구속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이 씨는 "그들은 감금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지내던 중 갑작스런 경찰 급습으로 체포됐다"며 "당사자들도 어리둥절했고 구출하러 나선 경찰도 당황했다"며 당시 김 의원 작전 상황을 알렸다.

상황은 이랬다. 캄보디아 사태가 한창이던 이달 15일 김 의원 측은 캄보디아로 넘어와 이 씨에게 지역구민의 아이라는 정 씨 위치 정보 등을 넘기며 "즉시 출동 가능한 경찰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씨는 아는 캄보디아 고위직에게 연락했다. 30분도 안 돼 캄보디아 경찰 간부들은 이 씨에게 "돕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가 한국 측 지휘자냐. 바로 출동해도 되느냐"고 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출동했고 자유로이 캄보디아를 노닐던 정 씨를 찾아냈다. 그런데 캄보디아 경찰은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이 씨는 "당황한 경찰이 '이 사람이 맞느냐'고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전신에 문신을 한 남자가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뜨악했을 뿐이었다"며 "구출 시도 전부터 이들 신원과 상태는 이미 파악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정 씨는 이미 캄보디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던 사람이었는데 김 의원의 '작전' 덕에 긴급히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씨는 "이들을 정말 구출해야 하느냐를 두고 김 의원 측에서도 상당한 고민과 장고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이 씨 "김 의원이 국민과 피해자 속여 폭로하게 됐다"

이 씨의 폭로로 김 의원은 '피해자 구출 영웅'에서 '용의자 구속 영웅'이 됐다. 이 씨는 "수많은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해 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한때 좋아했던 정치인에 대한 마지막 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18일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청년 3명을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데려온다.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는 자화자찬 글을 올리자 이에 대한 반박 글을 올려 '정치쇼'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씨는 당시 "범죄가 범죄를 낳는 구조를 눈으로 목도하고도 구조 프레임을 짜고 본인을 영웅처럼 홍보하시는가"라며 "온몸이 문신으로 도배된 '구출자'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이에 김 의원은 19일 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청년들을 낯선 캄보디아까지 가게 한 것은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이 땅의 청년 일자리 문제가 숨어 있다. 그들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그들의 가해가 허황된 탐욕이라면 그들의 피해는 우리 사회 모두가 감당해야 할 굴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영혼마저 팔고 싶은 청년들에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가해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씨는 "이 발언을 보고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왜 국민 전체를 '가해자 프레임'으로 끌고 들어가는가.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여러 국민과 피해자를 속여 자기 배 부르게 하는 짓을 두둔해선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취지의 김 의원 해명 글이 이 씨의 또 다른 폭로를 부른 것이었다.

범죄도시3
범죄도시3 '초롱이'. 배우 고규필 소셜 미디어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김병주의 캄보디아 초롱이 구출 작전'으로 불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3일 "일부 정치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홍보를 위해 범죄 혐의자를 구출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 혐의자를 대상으로 구출 쇼를 벌이면 안 된다"고 말해서다. '초롱이'는 영화 범죄도시 3에 나오는 건달의 캐릭터를 뜻한다.

이에 김 의원은 "교도소에 불이 나서 불을 끄고 수감자를 구조하니 범죄자를 구했다고 욕하는 짓거리와 무엇이 다른가. 입으로는 청년을 외치면서 정작 생명이 위태로웠던 청년에게 '초롱이' 운운하는 못된 버릇 대체 어디서 배워 먹었나"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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