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배우자는 부모가 아니잖아요

수년간 사귀어 오던 남녀가 막상 예비부부로서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예는 드물지 않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는 결혼생활을 앞두고 예방차원에서는 필요한 탐색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예비부부들은 그들이 갈등하는 생각의 영역이 매우 협소하고 자기중심의 일방 주도적이기 그지없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상대 역할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과도한 의존적인 태도는 결혼을 하기도 전에 불안을 유발하는 경우로 작용하는 예가 많다. 이를테면, 남편은 경제적으로 유능해야 하며 아내는 평생 편안한 삶의 여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부가적으로 남편은 아내에게 늘 허용적이고 너그러운 성격으로 사랑해 주는 자상한 사람이길 기대한다. 이른바 남편이기보다는 '아버지-부모'에게나 할 수 있는 비현실적 기대를 하는 여성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이다.

필자가 결혼을 앞두고 이런 불안으로 찾아온 예비신부에게 묻는다. "이 결혼에서 기대하는 당신의 '바람'은 어떤 것일까요?" "그가 우리를 위해 돈을 평생 걱정 없이 잘 벌 수 있는 유능성이 유지되어야 해요. 또 나에게 아버지처럼 사랑해주고 자상했으면 좋겠어요."

결코 아내로서 자신의 역할을 말하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기대만 잔뜩 가지고 온 신부에게 필자는 빙그레 웃으며 따뜻하게 코칭한다. 배우자는 부모가 아니다. 남편은 아버지가 아니고, 아내는 어머니가 아니다. 흔히, 여성은 남편을 통해 아버지 사랑과 능력을 연장받으려는 무의식적 소망이 있고, 남성은 아내를 통해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초의 이성이었던 부모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헌신의 기억과 그 소망이 보다 성숙되어 '배우자' 간에는 부모가 아닌 가정운영 공동체의 동역자로서의 현실적인 역할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양성평등의 입장에서 어찌 결혼생활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여건의 조성이 남편의 노력과 능력에만 달려 있다고 보고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결혼의 행복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한 알의 밀알이 움을 트려면 땅속에서 인내하고 기다려주고 애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 결혼생활도 그러하다. 결국 성공하는 가정은 부부가 협력하여 마음을 다지고 그 사랑이 밑거름이 되게하는 부부 각자의 기여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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