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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현대로 뛰쳐 나온 '사기' 속 명언, 깊은 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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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과의 대화/ 김영수 지음/ 새녘 펴냄

사마천 하면 딱 오르면, 딱 두 가지다. 인류 역사에 남을 저서 '사기'(史記)와 '궁형'(宮刑)일 것이다. 사마천은 남자로서 치욕을 당하고, 피눈물로 '사기'를 썼다. 이 책은 '사기'의 전문가인 김영수 교수가 대담 집으로 출간한 것이다. 사마천이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문답식으로 끄집어내며, '사기'의 명구 명언을 골라 실제적'현대적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4년 전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탔던 '니하오 사마천'의 대본이 바탕이 됐다. 약 2년 동안 말로써 사람들의 귀를 통해 전달되었던 내용을 다시 글로 묶은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다 참다운 지성과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눈, 인간을 향한 끝없는 긍정과 사랑을 담았다. 저자가 의도한 '사마천과의 대화' 역시 주제는 '인간'이다. 인간학 교과서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자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길을 가르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속에는 사리분별, 명예, 리더의 덕목, 죽음의 선택, 유머의 힘, 양보, 사랑, 용기, 법, 약속, 원칙, 관용 등 우리가 삶에서 제시하는 것들이 모두 들어 있다.

3천 년 통사, 130편 52만6천500자의 방대한 기록인 '사기'에는 왕으로 시작하여, 재상'장군'상인'천민 계급까지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인간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첫 시작은 '구우일모'(九牛一毛). 사마천이 집필을 끝낸 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언급했다. 사람이란 한 번 죽을 뿐인데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 뽑아내듯 가볍다.

그 유명한 고사 '토사구팽'(兎死狗烹)도 나온다. 한신(韓信)이 가마솥에 삶기면서 유명해졌다. 절대 권력자는 2인자를 용납하지 못하며, 공신도 숙청한다. 마치 지금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이 2인자인 고모부 장성택까지 숙청하듯,

사마천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덕'(德)을 들었고, 최악은 '백성과 싸우는 정치'라 했다.

'사기' 속 명언들은 펄펄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래서 교훈도 크고, 이 시대에도 큰 울림을 전해준다. 다시 말해, 역사의 선명한 낙인이 찍힌 기록이자 문학의 축적이기 때문에 수 천 년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들어 있다.

저자는 "사실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며 "사마천이 그랬고, 인류 역사상 의롭게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보면 말 그대로 고난의 길이었다. 그런 삶이 있음으로써 우리를 바른길로 이끄는 좌표가 되고 등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마지막 명구는 '행만리로'(幸萬里路), 사마천의 위대한 여행의 승리를 다루고 있다. 560쪽, 2만2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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