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맞은 경북 농업과 농촌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농산물 유통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농산물(품질 향상)과 농업인(역량 강화)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이들이 놓인 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 FTA에 따른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우리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높은 유통비용 ▷높은 가격변동성 ▷산지-소비지 가격의 비연동성 등을 해결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통구조 다이어트로 생산자, 소비자 '윈윈'
지난해 5월 정부는 농림수산 분야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도매시장 개선 ▷직거래 확대 ▷농산물 유통 계열화 ▷수급관리 체계화 등을 통해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산물 유통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
도매시장에서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군더더기 유통 단계를 없애고, 산지에서는 APC(Agricultural Product Processing Center'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점차 조직화'규모화해 유통비용을 낮추며, 직거래 창구를 확대해 생산자의 유통비용 부담을 더는 등 유통구조 전반을 효율화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대도시 인근에 농산물 도매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거래, 직매장'직거래 장터, 농산물 꾸러미 사업 등 농산물 판매 경로를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올해 안에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법률'을 제정해 농촌 소규모'고령농가가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정책 추진은 농업과 농촌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3,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식품부 버킷리스트 만들기'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32%의 응답자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거론했다. 당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보는 농산물 유통 체계를 만들어 달라" "정부가 적극 나서서 매년 널뛰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 달라" "농산물 유통비용이 얼마나 돼야 적정한지 국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등의 국민 의견이 쏟아졌다.
◆친환경 농산물과 로컬푸드는 유통 활성화 동력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큰 틀 안에 불어넣을 활성화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확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 로컬푸드 직거래 등이 떠오르고 있다.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의 장점을 크게 활용할 수 있고, 꾸준한 친환경'안전 먹을거리 트렌드에 부합하며 시장 수요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친환경 농산물 재배 면적을 농산물 전체의 10% 규모로 확대하고, 친환경 생산단지 확대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기반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렇게 조성된 친환경 농산물을 포함한 우수 농산물의 생산기반은 현재 가장 큰 시장 수요라고 할 수 있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으로 연결돼 지역 농산물의 소비 촉진과 수급 안정 효과를 빠르게 낼 수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10월 경북도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열고, 도비와 시'군비'교육청 예산을 포함해 모두 223억원의 학교급식지원비로 경북지역 초'중'고(특수학교 포함) 962개교 학생 33만8천여 명에게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또 경북도는 올해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에 지난해(34억6천800만원)보다 약 2배 증액된 7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민간단체에서 주도하던 로컬푸드 직거래는 현재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직매장이 잇따라 문을 열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전북 완주 웅진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 1호가 문을 열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청도 서청도농협에 경북 최초이자 전국에서는 10번째로 직매장이 문을 열었다. 곽태용 서청도농협 조합장은 "지역 농가가 그날 생산 및 포장한 농산물을 직접 출하해 유통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도도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특히 고령농가나 여성 농업인들이 참여하기 쉬워 고령화'공동화 문제를 안고 있는 농촌사회의 활성화 방안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마케팅, 뭉쳐야 산다
조직화와 규모화로 농산물 품목별 경쟁력을 높이는 통합마케팅 육성도 추진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신규 사업인 농산물 통합마케팅 조직 육성 지원에 12억원을, 계속 사업인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설치에 지난해보다 약 2.5배 증액된 114억2천5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경북이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 경쟁력을 가진 5대 과수(사과, 포도, 복숭아, 떫은감, 자두)에 대한 통합마케팅을 중점 추진해 2017년까지 경북지역 5대 과수 생산량의 30%(5천억원 규모)를 취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량 수요처에 대한 공급 능력을 갖춘 대단위 유통전문 조직을 구성해 시장교섭력을 갖추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단일화해 지역 군소 브랜드의 과당 경쟁을 막아 품목별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
이는 FTA에 따른 시장 개방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연매출 2조7천억원대의 유럽 최대 청과물 유통업체인 네덜란드 그리너리농협이 비슷한 모델이다.
네덜란드 농업도 우리처럼 한때 시장 개방의 위기를 맞았다. 네덜란드 청과시장은 1986년 유럽공동체(EU)에 가입하며 네덜란드와 같은 시장권역을 형성하게 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낮은 청과 생산비를 내세워 위협하자 위기에 몰렸다. 이후 1996년 네덜란드의 9개 청과농협은 그리너리농협으로 뭉쳤고, ▷규모화를 통한 자본력 확보 ▷도매 유통 효율화와 소비자 직거래 ▷협동조합과 별개로 운영되는 마케팅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유럽 최대 청과물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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