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코 막은 장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공직자에게 있어 '정치 감각'은 지나쳐도 탈이고 모자라도 문제다. 지나칠 경우 눈치가 빠르다거나 공무보다는 잿밥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있다. 정치 감각이 모자라거나 떨어져도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상황 판단이 느리고 일을 풀어가는 수완이 없다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튀지 않으면서 은근히 제 할 일 잘 갈무리하는 처신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공직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미덕 중 하나다.

3일 언론에 보도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코 막은 장면이 구설에 올랐다. 여수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찾아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은 채 주민과 대면하는 사진이다. 윤 장관은 실무자의 보고와 "잘 대응하라"는 정홍원 총리의 지시를 받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현장을 찾으면서 또 자질 시비를 불렀다.

동문서답으로 인사 청문회 때부터 표가 나더니 이제는 꼼짝 않고 몸만 사리는 공직자로 개각 여론이 일 때마다 윤 장관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해양수산 전문가로 일 처리만큼은 당차다는 이유로 공직에 발을 들였지만 그동안 한 번도 여론의 호감을 산 적이 없다. 적임자라는 평판은커녕 늘 위태하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 마당에 "보고받은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 "독감 때문에 코를 막았다"는 그의 해명에 국민은 매우 답답하고 언짢다.

물론 사고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일이 크든 작든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잘 조정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장관의 처사(處事)이자 책무다. 별것 아닌 일에 가볍게 처신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주무장관으로서 만사를 제쳐 놓고라도 현장에 가보는 게 순서 아닌가. 민심은 그가 현장에서 어떻게 사태를 기민하게 수습하고 능력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현장에 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일정 부분 평가한다. 도무지 정치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인상을 계속 준다면 장관 개인으로서도 불행이지만 내각에도 큰 짐이다.

일찍이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바른 태도로 대인접물(待人接物)하라고 일렀다. 상대가 누구든 태도가 바르지 못하면 이미 도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스스로 잘못을 책하고 자신을 잘 살피면 일이 틀어져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직자가 처사에 서툴면 자리만 위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정한 이치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6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컷오프하고 후보 추가 모집을 결정했으며, 이는 현역 지자체장이 컷오프된 첫 사례로, 이정...
펄어비스의 신작 게임 '붉은사막'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16일 한국거래소 기준...
정부의 강력한 주택 시장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다주택자로 알려진 개그맨 황현희는 자신의 부동산 보유 의사를 밝히며 '부동산은 버티면 된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