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목각 인형에 혼을 불어넣다

EBS '직업의 세계-일인자' 13일 저녁 8시20분 방송

관절 마디 마디에 줄을 묶어 사람이 줄을 조종해 움직이는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 유럽에서 18세기부터 이어져 온 마리오네트는 정교한 기술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적인 사랑까지 받는 예술 장르이다. 국내에서는 조금 낯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내 유일의 정통 마리오네트 제작가 겸 연출가 김종구 씨다. 그는 2002년 45세의 나이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에서 유학을 한 후 부인, 아들 내외와 함께 국내 유일의 마리오네트 극단을 꾸려 현재까지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김종구 씨의 왼쪽 엄지손가락은 반 마디 정도 짧다. 마리오네트를 만드는 도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두 번이나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구 씨는 주위 사람들이 만류할 때도 "손가락 하나 없어졌다고 이 일을 그만둘 수 있겠는가. 만약 내 열 손가락이 다 없어져도 손목으로 받쳐서 나무를 깎겠다"고 말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도 완성하는 데 3개월 이상 걸리는 고된 작업 방식을 고수하며 정통 마리오네트를 만들고 있다.

김종구 씨는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인형극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소외된 이들이 없기를 희망하며 그는 지금도 목각 인형들을 데리고 시골 분교,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가 공연을 한다. 마리오네트를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김종구 씨의 평생 꿈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힘을 얻어갈 수 있는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르네상스 때부터 19세기에 걸쳐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세기에는 풍자나 희화화의 수단으로 예술가들 사이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옛날에는 인형 머리에 붙인 나뭇개비나 철사로 조작을 했지만 18, 19세기 들어 실로 조종하는 법이 등장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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