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트남행 기내에선 서툰 한국말을 하는 베트남 엄마와 또렷한 발음을 곧잘 하는 한국인 자녀가 대화하는 것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모처럼 외가를 방문하는 아이와 친정으로 가는 엄마의 설렘으로 목소리 톤이 한껏 올라가 있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는 베트남 외가를 찾아가서 벌이는 한국아이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웃음거리로 선사하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1992년 12월에 수교를 맺은 이래 올해로 22년째 접어들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 과히 사돈국가라 할 정도로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며느리로 중국을 제치고 매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시중엔 한국에서 먹는 쌀은 모두 베트남신부들이 한국에 시집와서 농사 지은 쌀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20년간 베트남신부들이 지속적으로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한편으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거나 앞으로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한국기업이 무려 3천여 개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초창기 봉제 의류업을 필두로 이젠 산업 전반에 걸쳐 모두 진출해 있는 메콩강 기적의 중심지, 베트남부터 현지 여러 가지 실정들을 매주 낱낱이 살펴 보고자 한다.
1.현지 교민 생활
2013년 베트남 내 거주하는 한국교민은 공식적으로 8만명 선을 웃돌고 있다. 그 중 남부에 위치한 경제수도 호치민(구 사이공)과 그 주변지역에 거의 70%가 몰려 있는 상태다. 정치 행정수도인 하노이(약 2만명 추산)에는 최근 삼성전자(휴대폰 사업부문)와 LG전자(백색가전 부문)를 위시하여 많은 납품업체들이 몰려들면서 교민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 내 베트남인 불법 체류자가 2만 여명으로 추산되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요즘은 반대로 베트남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도 1천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입지적인 면에서 베트남의 가장 큰 장점은 동남아에 어느 국가보다 자연재해 특히 지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지난 7년에 걸친 베트남 체류기간 동안 자연재해라고는 중북부 지역의 태풍과 홍수 피해 정도가 고작이다.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인근 필리핀,인도네시아에 비하면 교민들의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또한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아직 공산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치안이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이라는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소매치기 정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이기에 현지생활에 큰 우려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베트남은 일부 다른 나라처럼 국민들이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정부를 상대로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임금 인상문제로 기업별 파업,태업을 하는 정도다. 대체적으로 각종 자연재해나 현지 치안문제 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이다라고 보면 된다. 교민들 대부분은 호치민과 하노이 내에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에 대부분 모여 살아가고 있다.
호치민의 경우 푸미흥과 안푸, 하노이 경우 미딩과 쭝화 지역이 그에 해당된다. 특히 호치민의 푸미흥 지역은 전 세계 어딜 가도 드물 정도로 많은 한국인과 이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처음 이곳에 온 사람은 이곳이 이국 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함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다. 자녀를 위한 국영수 전문 입시학원과 한국식품 수퍼마켓을 비롯하여 치킨집과 삼겹살 식당은 셀 수도 없을 정도이며 각종 횟집, 분식집 최근에는 참치,곱창,물회 전문점까지 개업할 정도로 한국에서 외식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다양하게 성업 중이다.
한국에서는 요식업종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비싼 권리금 등의 문제까지 뒤따르는 탓인지 동남아 지역에 진출을 원하는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참고로 한인식당에서 파는 한국 소주 한 병 가격은 우리 돈으로 6천원 정도이며 인근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비슷하며 , 인도네시아는 1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필자가 가끔 한국에 들어가면 주위 지인들로부터 여전히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동남아에서 정말 집에 가정부 두고 전용기사 두면서 사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고용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고용비용은 가정부 경우 0~200이며 운전기사는 0~300 수준이다. 한국에서 남편이 베트남 주재원으로 발령 나면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부인들이 출국할 때 한 번쯤 서글퍼 운다고 하는데 몇 년 후 다시 한국으로 귀국발령이 나면 한번 더 운다고 한다. 왜냐면 베트남에서 몇 년 동안 집안청소 한 번 안하고 살다가 (심지어 식사까지 차려주는 식모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음) 한국 가서 손수 모든 집안 일을 하려니 이 곳 생활이 아쉬워서 눈물이 난다고 교민 아주머니들 사이에 자조적인 농담들이 오고 간다.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한국남자들은 해외에 나와 외화벌이 일명 앵벌이 신세이지만 한국 주부들은 남편 출근시키고 오로지 자녀교육에만 집중하며 대개 골프나 종교를 통한 모임 활동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어 상당히 대조적이다.
추가로 요즘 많은 문의를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베트남에 혼자서 단기 체류 시 월 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되는가 하는 것인데 현재 호치민 푸미흥 지역 한인운영 호텔 기준으로 숙박,조식제공 및 세탁지원 포함해서 월 0 정도이다.
다음 호에서는 이곳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기업인 및 자영업자들을 위하여 현지인 임금 및 그들의 생활수준에 대해 알아본다.
이동관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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