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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백일장] 시1-그림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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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되지 않았던 여행의 시작

이별의 나침반이 허둥대는 사이

조용히 돌담을 휘감아 앞서가던 여행자

꼬리 붙들어 눈물이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봤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이탈해버린 경로

시간 끝에서 웃고 있는 여행자

내 울음 들리지 않나 보다

잃어버린 것이 서러운 이름뿐이라면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잊어주는 것이 이별

점점 더 큰 흉터로 자라나는 동강 난 그리움 꿰매어

세월 안에 구겨 넣은 추억이 익숙해질 때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다

보낼 수도 없으면서

보냈다 말하면서도

이렇게 보고 싶어

끝끝내 울고 마는 그림자놀이

이지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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