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두렵고 어색하지만 점점 친해질 수 있는 사람.'
입학식을 앞둔 지난달 27일 만난 계명대학교 14학번 새내기들은 '선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아직 입학하기 전이지만 각 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대학교 선배'라는 존재를 조금이나마 겪어봤을 이들에게 '선배'는 기본적으로는 착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 듯했다. 계명대학교 14학번 신입생 김민솔(19'여'언론영상학과), 서채현(19'여'경찰행정학과), 윤희정(20'여'의예과), 이수란(21'여'생명과학계열) 씨가 난생처음 경험한 '대학 선배'와 이제 겪게 될 '대학생활'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배, 아직은 어려운 사람
이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겪은 선배들은 하나같이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이수란 씨는 "고등학교 때는 '대학 선배는 어려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OT(오리엔테이션) 때 내가 속한 조의 선배들이 '우리 과가 선배가 많지 않아서 후배들 생기면 많이 챙겨주고 싶었다'고 말해 선입견은 어느 정도 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대학 선배'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와 다른 분위기에 몇몇 과는 위계질서도 엄격해 적응이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김민솔 씨는 "처음에는 선배들이 무섭게 보였고 어색하게 느껴졌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였다. 김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술 한잔 하면서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색함이나 선배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좋은 선배란? 싫은 선배란?
서채현 씨는 "대학교 선배들은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니 친언니'친오빠처럼 잘 챙겨주고 존경할 부분이 많은 선배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씨처럼 이날 만난 새내기 대학생들 모두 '친형제자매처럼 대해주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를 좋은 선배로 꼽았다. 또 새내기 대학생들은 진로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를 좋은 선배라고 생각했다. 윤희정 씨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 본 사람으로서 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선배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내기들이 만나기 싫어하는 선배의 유형은 제각각이었다. 새내기들이 피하고 싶은 선배는 술 억지로 먹이는 선배, 교양수업 과제 떠넘기는 선배, 신입생들을 유혹하려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새내기들 어장 관리하는 선배, '선배'임을 강조하며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선배, 개인의 취향과 스케줄을 깡그리 무시하고 과 생활만 강조하는 선배 등이었다.
그래서 새내기들에게 "만약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선배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배울 점도 많고 기댈 만한 점이 많은 선배가 있다면 그 선배와 친해지고 싶은가"라고 질문해봤다. 서채현 씨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장점이 있다면 친해지고는 싶다"고 했다. 이수란 씨는 "좋은 쪽으로 선배를 잘 유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민솔 씨와 윤희정 씨는 "선배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적당한 거리를 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친해지는 게 좋다'라는 게 새내기들의 결론이었다.
◆난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
한 해 동안 막내의 위치에 있을 새내기들은 선배들에게 '귀엽고 예의바른 후배'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채현 씨는 "선배들이 나를 생각할 때 '예의 바르고 착한 후배'로 기억됐으면 한다"며 "적어도 나를 후배로 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도 내년이면 선배가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선배상을 닮아가고 싶어했다. 이수란 씨는 "내가 만약 선배가 된다면 후배들이 부담 갖지 않고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윤희정 씨는 "권위적이기보다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후배를 대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이 되고 싶은 선배의 모습과 이들이 원하는 선배의 모습은 서로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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