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상담뜨락에 예비신부들이 들려주던 갖가지 결혼 골인 사연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남성들의 독특한 구애장면이었다. 어떤 이는 시장에서 죽을 파는 예비 장모에게 딸을 주십사 넙죽이 절하고는 퇴근 때마다 장사를 도우며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연인의 자취방 앞에 날마다 만두 한 팩을 전해 애틋한 자상함으로 여성 마음을 흔들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성은 그의 정성과 용기에 반해 살짝 높아 있던 콧대를 낮추고 태도의 반전을 보인다. 드디어 때로는 어머니같이, 때로는 누이 같은 살가운 헌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야근 때도 꽃잎 동동 띄운 식혜에 김밥까지 돌돌 말아온 도시락이며 피로 회복제를 나르고 흰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할 스웨터도 떠 입혔다.
그러나 어찌 된 셈일까. 그토록 애타게 사랑을 구하던 그는 점차 데이트 횟수도 줄이더니 마침내 고운 신부 모습에도 심드렁해져 상담에 모인 신부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던가.
"저는 결혼약속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그 사람을 보살피고 사랑했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그 사람은 예전처럼 살갑지도 않고 저에게 더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사람의 사랑을 붙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녹록지 않은 대답을 찾다가 필자는 문득 18세기 로코코시대를 이끌었던 프라고나르(Fragonard)의 '그네'라는 명화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의 연인만을 향해 금방이라도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그녀는 그네를 타고 연인에게 사랑을 건네주기도 하고 뒤로 살짝 감추기도 하여 '밀고 당기는 사랑'을 애간장 녹도록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연인인 남성의 표정을 보라. 그녀의 사랑 방법에 성냄보다는 더 절절한 눈빛으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지 아니한가.
이 그림을 통해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를 사랑하되, 당신의 사랑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꺼번에 많은 사랑을 주지 말며, 그가 당신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작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그네 같은 사랑'을 하라는 것이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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