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수정 추기경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교회 됐으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언론재단 초청 담화회

"교회가 투명해져야 합니다. 교회가 투명해지는 것 중 제일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재정의 투명성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스스로 더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무엇보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가난해질 용의가 있어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재단 공동주최의 초청 담화회에서 교회의 변화를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흩어진 양떼를 모으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라는 주제의 담화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염 추기경은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불과 9개월 동안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았다"면서 "교회가 스스로 개혁, 쇄신하고 참으로 가난한 이들에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적인 면모라고 생각한다"고 교회의 개혁과 쇄신을 내세웠다.

또 세상의 신뢰와 사목활동의 신뢰를 위한 교회의 투명, 특히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며 "가난한 이들이 교회 안에 자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성찰을 해야 한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옆에 계신 추기경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씀하시자 교황께서는 자신의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아울러 빈부격차와 증가하는 가정 해체, 자살 증가, 청년 취업난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 해소를 위해 형제애와 사랑, 자비를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자비와 사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에 머물러 있다"고 경고했다.

염 추기경은 북한과 관련, "북한에 대한 선교에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1995년 김수환 추기경 때부터 매주 화요일 화해를 위한 기도를 하여 어제(11일)로 900회를 맞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이 자립하여 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서로 화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서로 이런 뜻이 통했으면 좋겠다"면서 "비정치적인 것으로 사람을 돕는 그런 쪽으로 서로 신뢰를 쌓고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나 일부 사제의 정치 참여 등에 대해서는 "지난번 입장 발표와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사제단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본다"고 우회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한 한국방문 배경에 대해 한국에서의 천주교도 순교에 얽힌 수난사와 역동적인 한국 천주교도들의 삶을 거론하면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직접 보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민족의 분단현실에서 남북이 화해와 평화 속에 살아갈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다음 세대 젊은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뜻"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오는 8월 방한 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 집전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미사 집전으로 평화의 메시지 발표도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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