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日人 배반에 일본공사 못 죽이고 순국한 백정기

"나의 구국 일념은 첫째, 강도 일제(日帝)로부터 주권과 독립을 쟁취함이요. 둘째는 전 세계 독재자를 타도하여 자유 평화 위에 세계 일가(一家)의 인류 공존을 이룩함이니 왜적 거두의 몰살은 나에게 맡겨 주시오."

1933년 오늘 상해의 요정 육삼정에서 친일 중국관리, 군인 등을 모아 연회를 열고 매수하려던 주중 일본공사 아리요시 아키라(有吉明)를 없애려던 '육삼정의거'(六三亭義擧)의 주인공인 무정부주의연맹원인 구파(鷗波) 백정기(白貞基'1896~1934)의 각오였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경술국치(1910년) 조선 패망 이후 일제 타도에 나서 1919년 고향에서 3'1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중국에서 영국인 무역상 죠오지 쇼우의 알선으로 봉천으로 갔다 의거 동지 이강훈(李康勳)을 만났다. 1920년 국내에 잠입, 독립자금 모금활동 중 붙잡혔다 탈출, 다시 중국 북경에서 단재 신채호 등을 만나 무정부주의 사상에 빠졌다.

1924년 일본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대학살 만행을 목격하고 재중국 조선무정부주의연맹을 결성했고, 1931년 만주사변 뒤 항일 구국연맹을 조직, 항일투쟁과 친일파(親日派) 처단에도 나섰다. 그러다 항일 독립군 탄압을 위해 중국 정부 관리와 군인 등을 매수하려던 아리요시를 처단하려다 오히려 거사 직전 믿었던 일본인의 배반으로 실패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39세로 옥중 순국했다. 일본에 묻힌 유해는 1946년 조국의 품에 안겼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정인열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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