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 금융 사건마다 몸통 되다시피 한 금융감독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KT 협력업체 사기 대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KT ENS 협력업체 대표인 전 모 씨 등이 가짜 서류로 무려 1조 8천억 원대의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호화 별장을 짓는 등 사기를 친 사건이다. 대출 사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16개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었다.

전 씨 등은 몇 년 전 휴대전화 액세서리 업체를 설립한 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3천100억 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이 세상에 알려지자 여론 반응은 한마디로 '어떻게?'였다. 일개 통신회사의 협력업체 대표가 무슨 수로 서류 위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조(兆) 단위의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나 의아해했다. 수사 당국도 대출 규모와 수법에서 볼 때 전 씨 단독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KT나 금융 감독 기관 등에 뒤를 봐준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왔다.

의문은 곧 풀렸다. '금감원 간부가 연루됐다'는 금융권에 나도는 소문을 토대로 금감원이 자체 감찰한 결과, 금감원의 김 모 팀장이 사기 대출 사건의 주범인 전 씨 등과 유착돼 조사 정보 등을 빼내 범죄자의 해외 도피를 돕는가 하면 수억 원대의 이권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뒤늦게 김 팀장의 비위 사실을 확인해 직위 해제하고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거의 판박이다. 당시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고객 예금을 마치 개인 금고처럼 흥청망청하며 큰 손실을 입혔는데도 감독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큰 사회문제가 되면서 들춰보니 전'현직 금감원 직원의 낙하산 인사와 방조 등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형 금융 사건 배후에 공직자가 있다'는 공식이 입증됐다. 문제는 이 정도의 거액 사기 대출이라면 혼자서 비호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사 당국도 뒤를 봐준 비호 세력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등 윗선의 연루자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이상 '짬짜미 금융 사기'로 인해 우리 사회가 멍드는 일이 없도록 썩은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야 한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은 15일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하여 서울, 경기, 인천, 울산, 광주·전남 등 5개 지역에 대한 재선...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중동발 전쟁 충격으로 긴장했던 국내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며 증시는 5.20% 급등하고 환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오동운 처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된 법왜곡죄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권력 투입...
미국과 이란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생고와 여론 악화 속에서 종전 협상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60일간의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