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1894년 오늘 오후. 중국 상하이의 뚱허양행 호텔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리볼버 권총의 총구를 벗어난 탄환은 호텔방 침대 위에서 쉬고 있던 남자의 얼굴과 가슴, 어깨를 관통했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린다. 남자의 이름은 김옥균.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삼일천하로 끝난 후 10년간의 일본 망명생활을 거쳐 상하이에 온 지 하루만이었다. 청나라의 초청을 받아 이곳에 온 후 시내 구경을 위해 마차를 불러놓고 기다리다 변을 당한 것이다.
그에게 총을 쏜 사람은 홍종우. 조선의 자주적 개혁을 주장한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었다. 1890년 마흔한 살의 나이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의 지식인, 귀족들과 교유하며 열강 제국주의의 본질과 그들의 야욕에 대해 자각한다. 파리 체류 시절에도 늘 한복을 입고 다니며 고종의 초상화를 품에 지니고 다니며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도 힘써 춘향전을 최초로 프랑스어로 번역해 '향기로운 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입헌군주제를 도모하는가 하면, 일본 옷을 입고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꾼 김옥균이 어떻게 보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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