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정적 이미지가 붙어서…중년이란 나이는 억울하다

나이를 속이는 나이/패트리샤 코헨 지음/권혁 옮김/돋을새김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40, 50대에 든 사람이 능력과 영향력 면에서 최고조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원숙함과 연륜이 주는 부가적인 이익을 생각해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것처럼 행동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중년이란 개념은 모호했다. 당시까지는 어린이, 성인, 노인이라는 구분만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중년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인식 속에 일반적으로 등장했고, 거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주로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문화와 산업형태에 따라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880년 무렵부터 사람들은 나이를 낮추려 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뒤까지 실제보다 더 연장자인 척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에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시간이 중요한 가치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당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더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계속 다니거나 다른 직장을 얻기 위해 실제 나이를 감추려 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이 40, 50 혹은 60세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10년 단위로 집단을 구분하려는 인구통계 조사원들에게 자신들의 나이를 39, 49 혹은 59세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중년은 비효율과 쇠락, 일탈과 위기라는 왜곡된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이를 덜 먹은 것처럼 행동하거나 젊어 보인다는 말을 좋아함으로써 중년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개념이 되었다. 인생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 지혜를 갖추는 단계, 즉 원숙함과 지혜를 상징되던 중년이 산업화와 함께 노동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을 칭하는 경제적 개념으로 전락한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주제를 통해 중년에 부정적인 인식이 덧씌워지게 된 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의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1부에서는 중년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고 변천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닭이 울고, 해가 지는 것으로 시간을 가늠하던 농경시대의 중년에서 청춘예찬에 몰두하는 산업사회의 중년까지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중년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서글픈 개념의 중년'은 허구다. 실체와 무관하게 왜곡된 이미지가 부여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적 연구결과들은 중년이 사실상 인생의 '진정한 전성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중년산업'에 대해 살펴본다. 책은 '서글픈 중년'이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주역으로 영화, 잡지, 텔레비전, 광고 등을 꼽는다. 영화와 광고, 텔레비전은 발랄한 젊음을 칭송할 목적으로 중년을 대비시킨다. 거기에 주머니가 두둑한 중년을 겨냥한 건강산업, 섹스산업 등이 오히려 '중년은 나쁜 것, 우울한 것, 따라서 젊음을 되찾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줄곧 심는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오후를 아침에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이 저녁에는 사소한 것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아침에 진실이었던 것이 저녁에는 거짓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칼 융-.

그러니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언제나 출발이며, 하루하루 값진 날들이다. 지은이는 중년은 전 세계 인구 중 가장 큰 집단이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전성기라고 말한다. 38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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