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황홀한 기분을 표현할 때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상승기류를 잡아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다 보면 어느 날은 구름과 '헤띵'하는 기분 좋은 경험이 생겨나기도 한다. 대구 근교인 청도 원정산이나 현풍 대니산에서는 운이 좋을 경우 해발 1,300~ 1,500m 정도만 올라가도 구름과 조우하게 되는 날이 종종 있다.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한다. 청명하고 파란 하늘이 눈부신 날, 하얗게 빛나는 뭉게구름은 마치 파일럿들을 유혹하는 양 동글동글 통통하고 심지어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폭신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구름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공기 속의 수분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증기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운(뭉게구름) 아래에서는 상승기류가 강해 글라이더가 하늘 높이 떠오르기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울렁울렁 터뷸런스를 타고 하염없이 떠올라 구름에 가까워지면 먼저 하얀 알갱이 같은 수증기가 온몸을 감싸며 시야가 점점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얀 구름 속에서 마치 꿈길을 걷는 것과 같은 황홀한 경험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구름은 파일럿들에게 꿈이자 금기시해야 할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하늘 높이 떠오르기에 수월하고 까마득한 높이까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 구름이다 보니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일단 관제탑의 유도나 정밀 비행계기 없이 오롯이 인간의 시야에 의존해 비행해야 하는 패러글라이딩의 경우 앞이 보이지 않다 보면 각종 충돌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이나 높은 철탑, 그리고 다른 글라이더 등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구름까지 빨려 올라갔을 경우에는 재빨리 고도를 낮춰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또 천 조각 같은 캐노피에 구름 물방으로 인한 착빙(얼음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하다 보면 날개가 양력을 잃을 수 있어 추락할 위험도 있다. 더구나 구름 속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터뷸런스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파일럿들은 희뿌연 구름이 몸을 감쌀 때 미리미리 대비해 고도를 낮추는 것이 안전하게 비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만약 구름 안에 하얗게 휩싸였을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는 새 흐르는 구름에 휩쓸려 엉뚱한 곳으로 날려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GPS를 보고 재빨리 구름을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구름이 바로 적란운이다. 뭉게구름처럼 위로 자라는데 그 높이가 1만 피트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구름에선 비도 오고 천둥, 번개도 치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 2007년 호주에서 패러글라이딩 시합 중 두 명의 파일럿이 구름 폭풍에 휘말려 에베레스트보다 높이 솟구치다가 1명이 죽고 1명은 극적으로 살아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42세의 중국인 헤종핀은 발진구름에서 75km 떨어진 거리에 폭풍 속에서 번개를 맞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독일인 에바 비스니어스카는 40분간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영하 40℃ 추위와 고도 9,000m에서 번개를 피하면서 직경 최고 15cm나 되는 우박 세례를 받으며 얼음 속에 뒤덮여 있다가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의 비행기록(GPS) 판독에 따르면 초당 28m 상승했고, 초당 30m를 하강했다고 한다. 폭풍 속에 빨려들었다 극적으로 생환한 네바는 여덟 번이나 로또복권 1등 당첨된 사람과 같은 확률로 살아남아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여성'으로 회자하는 전설이 됐다.
구름이란 파일럿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며 보아야 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가시를 지닌 장미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조영근(빅버드 패러글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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