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가의 삶은 어떤 것일까? 민병도 화백을 보면 늘 생각나는 말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그를 불러낸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펼치기 위해 고향인 청도로 들어갔다. 그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작품의 세계를 펼친다. 고독에 처하지 않는다면 고요도 있을 수 없다. 때론 새벽에, 때론 온종일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다.
◆ 참 예술인 민병도 화가
민병도 화백은 동양화가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동양화로 전환했다. 그의 화풍은 독특하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작업실에 붙어산다. 일주일에 2, 3일씩은 대학과 시조 동우회에서 강의한다. 이 일을 제외하고는 요청을 거절한다. 개인전(대구, 서울)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953년 청도에서 태어났다. 이영도 시인에게서 시조를 사사하면서 시인의 길에 들어선 민 시인은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진 화가(한국화)이기도 하다. 영남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1978년 시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예술행정가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이자 예총 청도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회를 넘기는 개인전을 연 한국화가로 대구미술협회장을 지낸 이력도 눈길을 끈다. 또 우리 지역의 대표시조 시인인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도 꾸준히 맡고 있다.
또한, 계간문예지 '시조 21'도 발행하고 있다. '시조의 수도, 청도'라는 슬로건으로 해마다 오누이 시조문학제를 열고 있다. 해마다 100여 명이 넘는 시인들을 청도로 모이게 하는 힘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도 하기 어려운 민족시요, 국시인 시조의 본고장을 경북의 청도로 만들고 있다. 그는 "문학 장르 중 시조로만 제한하면 청도 출신 이중경 선생의 '오대어부사' 20수가 고시조 문학사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도에 흐르고 있는 시조의 맥이 이중경 선생을 원천으로 청도 출신인 이호우'이영도 오누이 시인에서 이제 명실공히 민병도 시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청도에서 한결문학회와 목우회 등 시조 동우회를 지도하며 시조시인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대표명시선 100인에 선정
지난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한국 시와 시조 시인 100명의 시집을 모은 '한국대표명시선 100'을 완간했다. 선정된 100인에는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 박목월 김영랑 이호우 서정주 천상병 신경림 고은 등 현대시 초기부터 정호승 안도현 김용택 도종환 민병도 등 1990년대까지 자유시와 현대시조의 대표시인들도 다수 명시선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1922년 잡지 '개벽'에 발표된 만해의 옥중시 '무궁화를 심고자'의 90주년을 맞아 만해의 시 정신을 기리는 사업의 하나로 시작됐다. 민병도 시인은 '한국대표명시선 100'에 선정된 것을 기념으로 지난해 7월 시선집 '장국밥'을 펴냈다. 민병도 시인의 시는 대개 청도와 청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어릴 적 마주했던 뭇 서민들의 고단했던 삶과 애환을 그림 그리듯이, 풀피리 불듯이 글귀로 엮어 구구절절한 사연을 노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청도에 살다
1999년 11월. 청도군 금천면 신지2리에 '목언예원'이라는 작업실을 만들었다. 이곳에 맘 붙여 산 지 15년이 흘렀다. 이곳은 이제 '민병도 갤러리'라 불리며 작은 낙원으로 변해 있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면 수많은 작품에 깜짝 놀란다. 화풍도 크게 변화됐다. 요즘은 산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기운찬 산이 그 골격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단단한 남성적 골격을 숨긴 산의 속내를 드러낸다. 산 그림을 보노라면 눈이 시원해지면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묘한 기운이 있다. 화풍의 변화는 화가의 비상(飛上)이다. 하나의 극치에 이르러서야 다른 길로 접어드는 집요함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부지런한 성격이다. 작품도 마치 농사일처럼 한다. 천천히 가되 줄기차게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한다"고 밝힌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바쁘다. 하반기에 2회의 작품전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6일까지 대백프라자 아트갤러리에서 '제22회 민병도 한국화가 작품전'을 연다. 화가가 스물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기록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림은 물론 시집과 화집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애착을 보이고 있다.
11월엔 서울에서 작품전을 연다. 미술세계의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으로 미술세계 주최로 미술세계 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작가상 수상 기념 작품전을 연다. 내년부터 그의 미술관 '목언예원' 주변을 정비하여 예술촌으로 만들기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체력이 있는 한 붓을 놓지 않겠다는 것은 예술가가 지녀야 할 자존심"이라고 밝힌다. 시를 좀 더 잘 쓰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가 시를 쓰는 선비 같은 그에게서 참 예술인의 기질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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