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느 기관의 부모 교육에 초대되어 집단상담을 나갔을 때였다. 열 명 남짓 타원형으로 둘러앉은 그들은 얼핏 보기에도 썰렁한 봄바람의 어중간한 느낌처럼 어색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놀라웠던 것은 과거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한부모가정'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집단의 절반이 아버지가 '홀로 가장'이었다는 변화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문제 덩어리를 짊어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필자의 상담경험상 테이블에는 곧 어떤 사연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란 것과, 홀로 된 부모로서의 아픔을 예견했기 때문이리라. 아내가 재산을 몰래 탕진하고 아이들만 소복이 남긴 채 한달음에 천리 길을 달아난 사연을 얘기하는 가장, 또 아내의 죽음으로 아이들을 혼자 키우는데 서럽고 힘든 생활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가장, 이들의 공통점은 커다란 우울과 절망이었다. 배우자로부터 존재가치에 대한 긍정적 자극(Stroke)이 결핍되고 미래 희망을 상실할 때 이들은 통제할 수 없는 서글픔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배우자와의 이별은 엄청난 고통이며 스트레스입니다. 게다가 말 안 듣는 아이들 부양은 절벽 끝에 서 있는 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필자 역시 부모라는 이름으로 이들에게 어떤 위로와 희망을 줘야 할지 잠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한 노래가 떠올랐다. 2000년대 초, 경제와 가족붕괴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에서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영웅'(Hero)이란 노래였다. 이 노래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자기신념'의 힘을 끌어내어 어려움을 돕게 하는 멋진 심리적 지원이었다.
'세상에 혼자 맞서 힘든 길을 갈 때 희망이 없어 절망적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오래전부터 당신 속에 있어온 영웅을 들여다보세요. 그는 당신에게 힘을 줄 것이고 참고 인내하도록 도와 행복을 가져다줄 거예요.'
필자가 그 노래를 천천히 불러주며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아버지로서 처한 어려움을 헤쳐 가는 '잠재능력'으로서의 '내적 영웅'이 그들의 삶에 함께 동원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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