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안자춘추(晏子春秋) 이야기

키 작은 안영을 보고 초나라 왕이 비웃자 "못난 왕에겐 못난 사신 보내는 법이지요"

기원전 500년경 제나라 재상을 지낸 안영.
기원전 500년경 제나라 재상을 지낸 안영.

기원전 500년쯤에 만들어진 책이다. 제나라 재상 '안영'의 언행을 기록했다. 안영을 가리켜 '안자'(晏子)라고도 한다. 공자와 거의 같은 시대를 산 안영은 당시 '관중'과 더불어 명재상으로 이름이 났고, 맹자(孟子)도 많이 인용한 바 있다. 관중과 맹자 모두 제나라 사람이다.

책은 모두 8편, 215장으로 이뤄져 있다. 유묵(儒墨) 겸비 사상에서 나오는 인정미 넘치는 이야기, 지혜와 기지가 넘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핵심은 정치의 기본을 말하는 데 있다. '춘추'라고 한 것은 내편(內篇'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쓴 부분)의 이야기가 거의 연대순으로 정리돼 있어 붙은 이름이다. 두 가지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본다.

▷형벌은 신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제나라 경공(景公) 때였다. 왕인 경공이 아끼는 말이 죽었다. 경공은 화가 나 어인(말을 관리하는 직책)의 사지를 찢어 죽이라고 명했다. 이때 옆에 있던 안영이 말하기를 "요순시대에는 사지의 어느 부분부터 찢었는지 왕께서는 아시는지요?"라고 했다. 그러자 경공은 어인을 옥에 가두라고 했다. 다시 안영이 말하기를 "그냥은 안 됩니다. 제가 그의 죄목을 따진 다음 옥에 가두시지요"라고 했다. 그리하여 안영은 어인에게 따지기를 "네 죄를 아느냐? 너는 세 가지 죄를 저질렀다. 첫째, 너는 말을 관리하라 했는데 말을 죽였으니 직책을 완수하지 못했다. 둘째, 군주가 아끼는 말을 죽게 했으니 그것이 두 번째 죄다. 셋째, 군주께서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알고는 군주를 원망할 것은 물론 제후들도 우리나라를 깔볼 것이다. 그러니 너를 옥에 가둔다. 알겠느냐!"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그만 풀어 주어라. 내가 잘못 생각했다"라고 했다. 요즘에 비춰 해석하면 죄인이라도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영의 기지(機智)

안영이 사신으로 초나라에 간 적이 있었다. 안영이 키가 작아 초나라에서는 그를 깔보고 골려주려고 했다. 관리를 시켜 왕궁의 정문인 대문 옆에 작은 문을 새로 만들고, 안영에게 거기로 들어오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안영이 말하기를 "내가 개의 나라에 왔다면 개구멍으로 들어가겠지만 나는 초나라에 왔소. 그러니 이리로 들어갈 수야 없지요"라고 하자 관리는 큰 대문으로 안내했다. 왕이 그를 만나보고 "제 나라에는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당신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다니"라고 비웃었다. 그러자 안영은 "인재야 비로 쓸 듯이 많지요. 다만 우리나라는 현명한 군주에게는 현신을, 어리석은 군주에게는 못난 신하를 보냅니다. 제가 어리석어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하니 초나라 왕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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