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반 읽어주는 남자] 송대관-슈퍼 골든

트로트 앨범은 1집, 2집, 3집 식의 구분이 조금 모호하다. 신곡에다 이전에 발표한 곡들을 모아 앨범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로 모음집 형식의 앨범이 나온다. 이름도 다양하다. 베스트와 골든, 이 둘을 합쳐 베스트 골든 또는 골든 베스트, 히트곡 모음집, ~의 모든 것 등이다. 송대관의 이 앨범 이름은 그냥 골든이 아니라 슈퍼 골든(1993)이다.

이 앨범이 나올 당시의 송대관은 신곡 차표 한장(1992)을 히트시키며 한창 활동 중이었다. 그다음 히트곡이 되는 큰소리 뻥뻥(1993)은 발표하기 전이었다. 앞서 송대관은 세월이 약이겠지요(1973), 해뜰날(1975), 혼자랍니다(1988), 정 때문에(1989), 우리 순이(1990), 네가 뭔데(1991) 등을 히트시켰다. 모두 이 앨범에 수록됐다. 차표 한장은 신곡이므로 당연히 앨범의 가장 첫 곡으로 배치됐고, 나머지 곡들이 뒤를 잇는다.

주목할 곡은 앨범의 가장 마지막 곡인 '아내와 같이'(1979)다. 다른 히트곡에 비해 조금 덜 알려진 곡이다. 그리고 정통 트로트라기보다는 리듬감 넘치는 락뽕 스타일이다. 락뽕이란 1970년대에 안타레코드의 작곡가 안치행이 만들어 히트시킨 최헌의 오동잎(1975) 전후로 유행한 '트로트+록' 스타일을 가리킨다.

아내와 같이는 곡 이름처럼 아내의 손을 잡고 2분 남짓 신나게 달리는 느낌이다. 소울풀한 브라스 섹션과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깔짝깔짝 주고받는 호흡으로 주 골격을 구성한 가운데 색시 얼굴에 분첩처럼 찍어 주는 전자키보드의 터치, 간주 부분을 어지러이 수놓는 퍼지(fuzzy) 기타, 당시 유행하던 '징기스칸'류 디스코 사운드에서 빌려온 듯한 스트링 섹션 등 곡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당시 젊었던 송대관은 작정한 듯 록 샤우팅 스타일 보컬로 내지른다.

노랫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러 나온 부부의 소감을 노래했다. '정말로 오랜만이네. 아내와 같이 걷기는. 이렇게 좋을지 몰랐네. 아내도 싱글벙글거리네. (중략) 하늘에 별만큼이나 정말로 사람도 많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내가 제일 예쁘네.'

요즘 젊은 가수들의 대중가요는 주로 결혼 이전 시점의 사랑만 얘기한다. 미혼인 10'20대 연인들의 사랑 얘기를 다루고, 30'40대부터 그 이후 기혼 세대의 사랑 얘기는 잘 다루지 않는다. 뭔가 불공평하다. 10'20대가 대중가요를 소비하는 주요 고객이라지만 말이다. 10'20대 가수들은 자기네 사랑 얘기만 노래한다. 결국 소외되는 우리 이모, 삼촌, 엄마, 아부지는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나 온전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트로트 음반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한 케이블 채널에서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수십 년 전 유행한 락뽕처럼 트로트에 다른 장르를 섞기도 하고, 주로 젊은 세대가 등장해 부모 및 조부모 세대의 트로트를 열창하며 트로트의 매력을 재발견한다. 의미 부여를 하자면 융합이고, 소통이다. 앞으로 '아내와 같이'처럼 곡도 좋고 노랫말도 의미 있는 트로트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트로트가 좋아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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