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무인기, 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3, 4월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서해 백령도에서 각각 추락한 채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가 북한에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들 무인기의 비행조종 컴퓨터에 저장된 임무명령서상 발진'복귀 좌표를 분석해 명백한 증거를 밝혀냈다. 무인기 3대는 모두 우리 주요 군사시설 상공을 비행하도록 사전에 좌표가 설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무인기가 북한발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국방부가 반색할 일은 아니다.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쯤은 일부 종북 세력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국방부가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찾았다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들 소행임을 부인할 것이다. 종북 세력 역시 정부 발표를 부인하고 싶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종북세력의 주장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우리 영공이 북한발 무인기에 속절없이 뚫린 사실이다. 추락한 3대의 무인기 발진'복귀점이 각각 다르다는 것은 북한이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지역에 걸쳐 무인기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뒤집어보면 우리 영공 전체가 북한 무인기에 열려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 철통 같은 경계와 대책을 기대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 기술이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 수준의 무인기라면 공격용으로 전환되더라도 위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폭약 3, 4㎏을 실을 수 있는데 건물 내에 있으면 손상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 인식이다. 영공이 뚫린 데 대해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처럼 읽힌다. 북한 무인기가 안방까지 날아와 청와대를 염탐하고 주요 군사시설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든 정황이 드러났는데 국방부가 기술 수준이 낮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인기에 생화학탄이 실리고 그것이 꼭 청와대 상공에서 터졌어야 국방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군의 경계 실패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 상공에 북한 무인기가 돌아다니는데도 추락하기 전까지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국방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놓을 대책 역시 미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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