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들은 요즘 '야구는 9회부터'라는 야구 명언을 곧잘 입에 올린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이 최근 들어 막판 역전승을 자주 거뒀기 때문이 아니다. 다 이긴 듯한 게임도 9회가 끝나야 마음이 놓인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삼성이 10일 시즌 여섯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의 난조 탓에 롯데에 2대5 역전패를 당했다. 삼성은 2위 넥센도 한화에 지는 바람에 여전히 5게임 차이 선두는 유지했지만 뒷문이 헐거워지면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날도 1실점 하면서 가까스로 세이브를 따냈던 임창용은 이날 2대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지만 등판하자마자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강민호는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으나 2루 도루를 허용, 득점권 위기가 이어졌다. 임창용은 신본기에게 내야안타, 정훈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준 뒤 전준우에게 좌월 3점포를 뺏겨 아웃카운트 하나 잡는 동안 4실점하고 교체됐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임창용이지만 이날 패전으로 당분간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론세이브가 리그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많기도 하지만 갈수록 투구 내용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의 월별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은 4월 0.00-0.105, 5월 3.38-0.220, 6월 6.43-0.355에 이어 7월에는 무려 23.63-0.533까지 높아졌다. 임창용의 시즌 평균자책점(5.40)과 피안타율(0.283)은 마무리 투수로는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임창용은 앞서 5월 27일 잠실 LG전에서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그때까지 삼성이 이어오던 '7회까지 앞선 경기의 144연승' 기록도 자신의 손으로 마감하는 불명예를 떠안은 바 있다.
임창용의 부진은 직구 위주의 단순한 승부에다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위 자체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국내 타자들이 그의 투구 패턴과 구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날 임창용이 전준우에게 홈런을 맞은 공은 한가운데에 몰린 시속 128km 슬라이더였다. 경기 뒤 전준우는 "변화구를 노렸다. 세게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맞히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은 8탈삼진을 곁들이며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시즌 9승 달성에는 두 경기 연속으로 실패했다. 롯데 선발투수로 나온 장원준은 6회말 박해민의 머리를 맞히는 투구로 퇴장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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