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 상업 영화관이 한 곳도 없다고, 문경사람들은 영화와 연극 한 편 제대로 못 본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오히려 훨씬 저렴한 입장료로 대도시 개봉 시기와 비슷하게 문화 수혜를 입고 있답니다."
인구 7만6천 명의 문경에 영화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외지인은 드물다. 문경의 도심이 활력을 되찾고 '차 없는 문화의 거리'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다양한 거리공연과 함께 문경 문희아트홀이 수시로 공연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에서 영화 전용 소극장이 사라진 것은 13년이 지났다. 이후 이곳 시민들은 구미나 대구 등지로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 한때 유행처럼 퍼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2009년 문경시가 90억원을 들여 명품 다목적 소공연장인 문희아트홀(310석)을 구도심에 건립, 매주 최신 영화를 단돈 2천원에 상영하더니 이듬해부터는 연극과 뮤지컬도 6천원에 공연하면서 이 같은 유행은 사라졌다. 오히려 상주와 예천 등 인근 시군에서 원정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인근의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더욱 북적이고 있는 것이다.
문경시는 대도시 개봉 시기와 맞추는 조건으로 최신 영화 한 편당 350만~450만원의 다소 비싼 대여비를 주고 매주 목'금'토'일 4일간 8차례 상영하고 있다. 2억원의 예산으로 연극 등 인기 공연작도 수시로 공연하고 있다.
문경시 관계자는 "시민들 눈높이가 높아졌다. 특히 영화는 생선처럼 싱싱한 때를 지켜야 한다. 상영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갈증 해소가 반감된다"고 했다.
영화배급사나 극단에 대관료를 받고 상영 장소만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윤을 남겨야 하는 이들의 사정을 맞추려면 입장료를 현실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경시가 나서서 미리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문희아트홀은 오는 9월 디지털 영사기를 새로 구입해 3D 영화상영도 가능해졌다. 문희아트홀 옆 840석 규모의 기존 대공연장에서도 영화 상영과 연극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경 주민들은 "그동안 영화관 하나 없어 외지인들에게 창피했는데 요즘은 서울에 있는 학생도 부러워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주부 김현명(45'문경시 신기동) 씨는 "매주 연극과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문경에서 이런 인기 작품을 빨리 값싼 요금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웃어 보였다.
문경 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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