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저출산 고령화

얼마 전 모 신문에서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나라에 따라 연령대는 다르지만 대체로 전쟁 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 후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900만 명이 해당된다. 그들 대부분은 유년시절에는 대가족 내에서 가족끼리 부대끼면서 자랐고, 학창 시절에는 과밀 학급에서 국가, 조직, 이념, 질서를 존중하는 교육을 받았다. 1980년대에는 사회로 진출하면서 산업화가 가져온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치적 민주화의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또한 핵가족 제도의 선두에서 장년 시절을 맞이한 까닭에 전통과 혁신이라는 양면적인 가치관을 소유하면서, 부모 부양의 의무를 고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신이 노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필자도 베이비붐 세대로서 산부인과 전공의 시절 밤을 새우면서 아기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 보건 인구정책이 산아제한과 영구피임을 장려하던 시절이었다. 남성의 경우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고, 산모의 세 번째 출산은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할 정도로 출산율이 높았기에 산부인과 전공의는 온종일 분만과의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요즘 대학병원 분만실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30대 중'후반의 초산부가 대다수이고 다산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들어 분만할 병원이 없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자녀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으로 연간 100만여 명이 출생했지만 지난해는 1.08명, 1년에 43만여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지구촌에서 가장 '늙은 국가'로 전락할 처지다.

유엔이 정한 '고령지수'라는 것이 있다. 전 국민 중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로 올해 우리나라의 고령지수는 약 7%다. 2024년에는 고령지수가 20%, 2050년이 되면 고령지수가 40%로 국민 5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이 된다는 암울한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역동적인 사회가 유지되려면 저출산 고령화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발표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요즈음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단골 의제로 복지정책이 경쟁적으로 등장하지만 젊은 사람이 없고 일할 사람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역시 우리 사회와 경제의 성장 동력은 인적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안심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키울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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