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의 최고 스타는 당연히 이정현 의원일 것이다.
이정현 의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잘못된 공천이 크게 작용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을 공천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오만함을 호남 민심이 심판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개혁적인 새 인물(NEW FACE)을 공천했다면 아마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산 폭탄을 내세우면서 1년8개월만 믿고 써달라는 이정현 후보의 진정성과 절실함이 순천 곡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왕의 남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정현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이번 정권의 최고 실세라고 대중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순천 곡성 유권자들은 이정현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 간의 연관성을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정현 후보의 많은 공약들이 지켜질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보이지 않은 손과 이정현 후보의 진정성과 절실함이 잘 어울려서 큰 시너지효과를 냈다고 보여진다.
만약 20대 총선에서 왕의 남자가 아닌 정치인 이정현으로 우뚝 선다면 아마도 차기 대권후보 잠룡으로 부상할 것 같은 예감마저도 든다. 2002년의 노무현 벤치마킹이라고 할까? 호남정당에 영남후보 영남정권에 호남후보, 정치적 상상력이 너무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싶다. 이정현 의원은 본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활용하며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당선 후 이정현 의원은 더 나아가 예산뿐만 아니라 "호남 편파인사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의 이런 호남 차별론은 지역주의 벽을 허물어뜨렸다는 본인의 성과를 스스로 폄하하면서 오히려 소지역주의로 비칠까 우려스럽다.
보수정당에서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통령 최측근의 이런 발언은 많은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의 말처럼 호남이 차별받고 있다면, 이번 정권의 산실인 TK 지역은 어떠한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당연히 많은 특혜를 받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권자들은 열정적인 지역 사랑이 넘치는 그런 이정현 의원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다. 호남이 더 이상 민주당의 독점적 전유물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이제는 영남이 화답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또 눈여겨볼 대목은 이정현 효과라고 하는 것이 지역주의 타파를 넘어 유권자들의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집단적인 가치를 위한 한 표냐, 아니면 현실적인 이익을 위한 한 표냐에서 가치보다는 이익에 한 표를 행사한다고 해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정책과 인물을 내세워서 정열적으로 일할 사람이면 왕의 남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당 소속이던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당만 보고 '묻지 마 투표' 시대가 가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리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조성한 것이 바로 이정현 효과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호남 의원 중 의정 활동이 미흡한 일부 의원들은 지금 이정현 효과로 떨고 있지 않을까. 아마 20대 총선에서는 왕의 남자가 아니더라도 유권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그런 유권자 혁명이 일어날 것 같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지역타파가 아닌가. 긍정적인 의미의 '이정현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전 동서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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