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 주도할 자신 있나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납북자 문제를 빌미로 북'일이 먼저 접근하더니 미국 역시 북한과의 접촉을 넓히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는 무시한 채 이들 국가들과 해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주변 정세의 흐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우리나라가 주변국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이달 중순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다. 북한의 외교 수장이 유엔에서 연설을 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태운 비행기의 평양공항 착륙을 허용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절친 래퍼 프라스 미셸의 방북도 허용했다. 북'미 관계 개선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거세게 비난하던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하루 당겨 종료, 화답했다. 한국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과 북한이 직접 접촉에 나섰다.

일본은 이에 앞서 이미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 납북자 문제 공동조사에 합의하더니 지난달 30일엔 북한과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공동 주최로 국제프로레슬링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엔 미국 이종 격투기 선수 밥 샙도 참가했고 미국 CNN 취재진도 방북했다. 우리나라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일본과 북한은 서로 러브콜을 보내며 접근했고 이를 고리로 다시 북한과 미국이 연결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여전히 우리나라엔 담을 쌓고 있다. 정부가 8월 11일과 19일 두 차례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아시안게임에도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졌던 5'24조치 해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의 본질은 북핵이다. 국제사회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공동보조를 취해왔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국들이 이 문제는 거론조차 않은 채 제각각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 화전 양면을 겸비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빛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엔 균열 조짐이 확연하다. 외교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북한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은 한심해 보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