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번엔 특전사, 軍 어이없는 죽음 더 이상 없도록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특전사 하사관 2명이 2일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두 하사관은 두 손을 뒤로 결박당하고 머리에 두건이 씌어진 채 실제 상황에 버금가는 훈련을 받다 호흡곤란으로 숨졌다. 두 하사관의 머리에 씌어진 두건은 시중 가게에서 구입한 공기가 통하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신발 주머니였다고 한다. 현대화, 과학화된 군에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원시적 사고다.

문제가 된 훈련은 극한상황을 가정해 치러지는 미 그린베레의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오는 15일 전 특전사를 대상으로 본격 도입을 앞두고 처음 실시한 훈련에서 터졌다. 특전사는 첫 훈련에 나서면서도 상황대처 매뉴얼을 마련하거나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호흡이 막힌 하사관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을 터지만 대항군으로 나선 어느 교관도 이런 위급상황에 주목하지 않았다. 장병의 심장박동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위급 상황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군 응급차나 의료진도 대기하지 않은 상태서 첫 훈련을 치렀다. 이를 안전 불감증이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무식하고 무지하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집힌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 이전엔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5명의 애꿎은 젊은 생명이 희생됐다. 연이어 윤 일병과 같은 사단 병사 2명이 휴가 중 자살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요즘처럼 군 사고가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우리 군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젊은이를 더 잃어야 정신을 차릴까.

이런 일련의 사태는 군 간부들의 무능 및 기강해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려 3년 6개월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내다 자리를 옮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만 하더라도 말로는 전투형 군대 육성을 내세웠으나 지금 벌어지고 모든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수지역 이탈과 음주 추태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두 달여 동안 쉬쉬하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옷을 벗은 신현돈 1군사령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군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들의 걱정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군 수뇌부가 변하지 않으면 군은 계속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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