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 손 잡고 전시장 투어…현대미술의 흐름 한눈에∼

대구미술관 추석 당일 무료 개방…강정고령보·경주 등 현대미술전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샤오강. Memory+ing'
이우환 작
이우환 작 '선으로부터'
정재훈 작
정재훈 작
조숙진 작
조숙진 작 'crossroads'

모처럼 찾아온 긴 연휴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된다면 전시장을 찾아 감성지수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 초입에 든 9월 초 지역 곳곳에서 풍성한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투어도 멋진 연휴 보내기가 될 것 같다.

◆장샤오강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대구미술관은 추석 연휴 내내 문을 연다. 특히 추석 당일(8일)에는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된다. 대구미술관을 방문하면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 회고전을 관람할 수 있다. 장샤오강 회고전이 10일(수)까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추석 연휴가 장샤오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장샤오강, Memory+ing'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회고전에는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장샤오강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장샤오강은 중국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1980년대 아방가르드를 표방한 '85신사조미술운동'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다양한 화풍을 받아들이며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샤오강은 1960, 70년대 발생한 문화대혁명과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한 중국현대사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격동의 세월을 겪은 중국인들과 그들의 보편적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존재다.

그의 대표작 '혈연-대가족' 연작은 가족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혈연-대가족'의 구성은 흑백사진처럼 단순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조 속에 투사되어 있어 삶과 죽음의 경계 선상에 있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를 두고 일종의 '유령 단계'라고 지칭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마오 슈트(인민복)를 입고 있으며 인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붉은 혈선과 얼룩을 갖고 있다. 이는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살아온 보편적 중국인을 상징하는 장치들이다. 특히 얼룩은 그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얼룩은 시간의 흔적이며 역사 앞에 무기력했던 중국인의 고통과 절망을 상징한다. 작품 속에 3, 4명의 인물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대가족'이라는 명제가 붙은 이유는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가족으로 본 장샤오강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다.

대구미술관에서는 지역 미술계를 이끌고 나갈 역량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대구미술관이 젊은 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 'Y artist project'에 대구 출신의 정재훈 작가가 초대돼 21일(일)까지 전시를 갖고 있다. 경북대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정 작가는 2010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2011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상' 수상, 2012 대구문화재단 '신진예술가 펠로우십'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봉산문화회관 'WHITE OUT전', 대구문화예술회관 'FLATLAND전', 갤러리M 'Dorawing전'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 미술을 이끌 차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는 실험적인 드로잉부터 평면, 설치, 조각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053)790-3000.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

추석 연휴 기간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강정고령보 디아크광장을 방문하면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달성문화재단이 주최한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가 21일(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강대영, 김광우, 김기수, 김봉수, 김성수, 김승현, 나현, 류현민, 신강호, 신용구, 이도현, 조대원, 차현욱, 최두수, 황성준, 홍원석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해외에서 활동 중인 김수자, 조숙진, 황우철 작가와 베트남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담당라이 작가가 초대됐다.

강정은 1977~1979년 전국의 미술가들이 모여 현대미술제를 연 역사성을 갖고 있다. 또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생태환경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강정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반영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053)715-1285.

추석 연휴 기간 6일(토)과 10일(수)일 문을 여는 봉산문화회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김구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 작가는 1969년 16㎜ 필름으로 제작한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와 한국 최초의 우편예술(관람객들에게 편지 형식의 작품을 발송하는 예술) '매스미디어의 유물'을 발표했으며 1970년에는 한국 최초의 대지예술인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선보였다. 평면, 설치, 영상뿐 아니라 퍼포먼스, 무대미술, 공연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해체한 그의 작업은 한국의 실험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김 작가는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053)661-3521.

◆미리 보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추석 연휴 기간 6일과 7일, 10일 문을 여는 대백프라자갤러리는 DMZ(비무장지대) 등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장벽들을 사실적으로 담은 사진전 '사람 사이의 벽'을 14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12일)에 앞서 이달 2일 먼저 공개됐다.

이번 사진전에는 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와 프랑크 네쓰, 두 작가 2005년 7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기록한 장벽 사진 50여 점과 영상 기록물이 전시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공존의 실패로 인한 대립, 분단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복잡하고 깊은 이념적 대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의 사진들을 주제로 엮는 이번 전시는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053)420-8013.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대가들 한자리에

추석 연휴 기간 경주 지역에 머물거나 경주 방면으로 갈 일이 있으면 우양미술관(구 아트선재미술관)을 들러 보기를 권한다. 추석 연휴 내내 문을 여는 우양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 현대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한국의 현대추상미술-고요한울림'이 열리고 있다.

우양미술관이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전' 두 번째 시리즈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을 비롯해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김환기, 남관, 유영국, 하인두, 이성자, 곽인식, 정창섭, 윤명로, 류경채, 하종현 등의 작가가 초대됐다. 모두 한국 현대추상미술에서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이다. 이들 작가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화단에 추상미술이 수용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054)745-7075.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