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려진 나무도 작가 손 닿으니 작품…보잘것 없는 것들도 모이면 예술

강정현대미술제 출품 조숙진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 작품을 출품한 조숙진 작가. 그녀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달성문화재단 제공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숙진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 작가가 대구를 찾았다. 21일(일)까지 강정 고령보 디아크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 작품을 출품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본고장 뉴욕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조 작가를 만났다.

-이번에 선보인 '교차로'(Cr ossroads)는 어떤 작품인가?

▶'교차로'는 2008년 브라질 살바도르의 한 섬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있을 때 행한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작품이다. '진정한 철학은 죽음을 명상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우연히 접한 뒤 아름다운 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무덤을 찾아다녔다. 허름한 묘비에서 영감을 얻어 묘비를 만든 뒤 이를 태우는 작업을 했다. '교차로'는 이 과정을 담고 있다. 묘비를 태우는 행위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교차로'는 아름답게 왔다 아름답게 떠나는 것을 명상하도록 하는 작품이다.('교차로'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죽음은 어둡거나 암울하지 않다. '죽음 뒤에 삶이 있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다.)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 '교차로'를 출품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차로'는 강정이 갖는 장소적 특성과 잘 맞는 작품이다. 강정은 하늘과 물, 땅이 맞닿은 곳으로 생성과 소멸이 공존한다. 그래서 '교차로'를 설치하기로 결심했다. 영상이 상영되지 않는 낮에는 '교차로' 자체가 하나의 조각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관람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의자도 작품의 일부로 만들었다.

-'교차로' 외에 다른 작품도 만들었다. 어떤 작품인가?

▶영구적으로 야외에 설치할 수 있는 작품을 남겨 달라는 달성문화재단의 제안을 받고 예정에 없는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사문진 나루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철을 구부리거나 용접을 해서 바람의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명제를 '바람'이라고 붙였다. 고철을 이용해 만든 첫 야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버려진 나무를 활용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버려진 나무를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까닭에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을 완벽하게 아우른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버려진 나무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980년대 중반부터 버려진 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버려진 나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재료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좋은 것만 선호하고 보잘것없는 것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고 싶다. 흑백 논리보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다양한 것이 서로 어우러질 때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조 작가는 자전적 고백에서 "모두가 쓸모없다고 버리는 나무에서 마음의 평화와 생명의 기운을 얻는다"고 밝혔다.)

-작가마다 예술관이 다르기 때문에 작업 방식도 상이하다.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가?

▶환경과의 조화, 보는 수준을 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느냐,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느냐를 중시한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기 전에 항상 작품이 설치될 장소를 방문한다. 강정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곳에, 어떤 작품을, 어떻게 설치할지 늘 고민한다. 특히 버려진 공간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버려진 재료로 버려진 공간을 살려내는 것은 공간과 재료를 모두 살리는 행위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영감도 준다.(조 작가의 작품은 장소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장소특정적 작품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어 공공미술적 성격도 띠고 있다.)

-일반인들이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달라.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고 싶다. 쓰레기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흉하다. 하지만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잘것없는 개체들이 모여 조화로운 하나를 연출하면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줄 수 있다.(조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무질서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하나의 질서가 담겨 있다. 바로 '조화'라는 질서다. 때로는 직관도 활용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불협화음을 보이는 듯하지만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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