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광역치매센터는 지역 치매 관리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직접 치매 환자나 가족을 치료하거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진 않지만 보건소와 치매 관련 시설에서 운영할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한다. 경북도의 치매 관련 행정 업무를 지원하고 교육'훈련과 인식 개선 등도 맡고 있다. 각 보건소의 치매예방 교육 및 홍보와 치매환자, 가족 방문관리 사업 등을 지원하고 치매 관련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지원, 조사 등도 광역치매센터의 몫이다. 시'군'구의 보건소가 손발이라면 광역치매센터는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치매 극복의 대동맥
지난달 27, 28일 대구 그랜드호텔에 경북 지역 보건소 치매사업 담당자와 사례관리사 등 50여 명이 모였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이해하는 자리였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생길 경우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이들을 돌봐야 할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은 각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효율적인 가족 교육 요령과 상담 방법, 자기 관리 요령 등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경북도 광역치매센터 김순천 사무국장은 "이날 교육은 치매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광역치매센터는 국가치매관리 정책의 대동맥이다. 중앙치매센터와 연계해 치매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전달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한다. 동국대 경주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3개팀이 치매관리 서비스를 기획하고 지역자원 조사 및 연계체계를 마련한다. 특히 경북도가 마련한 치매극복 3개년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25개 보건소에 교육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치매 환자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경북의 경우 2012년 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 45만 명 가운데 치매 환자는 4만5천 명으로 전체 노인 중 10%를 차지했다. 올해는 노인 47만4천 명 가운데 10.7%인 5만 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국 치매환자 유병률 9.5%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치매 환자가 늘면서 경제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치매환자의 1인당 진료비는 연간 320만원으로, 암이나 심장질환, 뇌졸중 등보다 높다.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37만8천 명 중 치매환자는 46.8%인 17만7천 명에 이른다.
이 같은 부담은 조기 발견을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아직 치매를 완치할 치료제는 없지만 적절한 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치매 발병을 2년가량 늦출 경우 20년 후 치매 유병률은 80%가량 낮아진다. 또 초기 단계부터 가정에서 치료, 보호할 경우 요양시설 입소율도 22% 감소한다.
◆다양한 치매 돌봄 서비스 지원
올 들어 경북도 광역치매센터가 방점을 찍은 사업은 '우리마을 예쁜쉼터'다. 65세 이상 노인 중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 고위험군 노인들의 뇌 기능 향상과 유지가 목적이다. 쉼터는 보건지소나 경로당, 마을회관 등 노인들이 찾기 쉬운 장소로 미술음악활동과 회상요법, 감각 자극활동, 신체활동 등 다양한 인지강화 활동을 통해 치매 발병을 늦춘다.
예쁜 쉼터는 올 상반기에만 216곳이 개설돼 3천138명의 노인이 이용했다. 2015년까지 300곳으로 확대할 계획. 경북도 광역치매센터는 쉼터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자 교육과 매뉴얼 보급을 담당하고 있다. 또 치매 쉼터 운영자 622명을 대상으로 운영자 교육을 하고 현장 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치매의 조기 발견을 위해 대학생 치매검진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북도 광역치매센터는 지난해 경북 지역 60세 이상 노인 61만 명 가운데 14만2천503명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 검진을 실시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12만2천290명도 조기 검진을 받았다.
대학생 치매검진사는 지역의 21개 대학에서 4천384명이 참여했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2천 명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이들은 경로당이나 노인대학, 복지관 등을 찾아가 조기 치매검사를 제공한다. 경북도 광역치매센터는 이들에게 총 51차례에 걸쳐 교육을 실시했다. 장기 요양자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요양시설에서 치매환자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 경북도 광역치매센터는 교육에 참가한 요양보호사들을 중심으로 대응 네트워크도 구성했다.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을 위한 가족지지 프로그램도 보급하고 있다. 치매 환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치매학회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의료비 및 간병비는 연간 2천30만원에 이른다. 또 보호자 중 27%는 직장을 그만뒀고, 46%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환자를 돌봐야 했다.
이에 따라 광역치매센터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의 부양 스트레스를 줄이고 치매 환자 가족들 간의 경험 공유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 28일에는 '가족지지 프로그램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1월까지 각 시'군 보건소에서 희망 가족 모임을 구성할 계획이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치매 서포터스' 교육도 진행 중이다. 직장과 노인대학, 시민강좌,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다. 올 7월까지 4천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경북도광역치매센터 곽경필 센터장은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환"이라며 "정부에서 만든 여러 정책을 경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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