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두 여성 리더, '선덕여왕'
리더가 되려면 사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을 얻는 방식은 리더마다 다르다. 드라마 '선덕여왕'(연출 박홍균 김근홍, 극본 김영현 박상연)은 '미실'과 '덕만' 등 신라 시대 두 여성 정치가를 통해 사람을 얻는 두 리더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미실은 독재적 카리스마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최고 권력에 오르기 위해서는 왕, 남편, 부하, 심지어 자신이 낳은 아들도 이용한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실수를 하지요. 하지만 내 사람은 아닙니다"라며 부하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처단하는 비정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미실과 반대로 덕만(선덕여왕)은 부하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보살피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부상당한 동료가 낙오된 순간, 덕만은 도망가기보다는 동료를 먼저 챙긴다. 덕만은 '소통하는 리더'이기도 했다. 그는 "백성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황제가 될 시간도 없다고 했습니다.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군주가 진정한 황제입니다"라는 말로 자신 앞에 있는 절대권력자에게 직언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까칠한 리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부속품이야" "너희들은 그냥 개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짖어라" 리더가 한 말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지휘자 강마에가 뱉은 말들이다. 그의 '괴팍한' 성질에 드라마 속 단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몇몇은 오케스트라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강마에는 뛰어난 리더였다. 그의 말과 행동에 10대 고교 중퇴자부터 60대 은퇴자까지 제각각이던 단원들이 하나로 뭉쳤다. 이기적인 말투지만 사람을 이끄는 매력, 그 속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숨어 있었다. 그는 직설적인 말로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여러분은 이기적이 돼야 합니다. 여러분은 착한 것도 아니고, 바보인 것도 아니고, 비겁한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백 가지도 넘는 핑계를 대고 도망친 겁니다"라며 열정이 없는 구성원들 마음에 불을 지핀다.
위기 상황에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구성원을 신뢰하기도 했다. 불량 단원을 해고하라는 사장의 명령에 "내 단원이므로, 내 뜻 없이 자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리더십이 주목받은 것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리더십은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인공들의 리더십을 보며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적용해보기도 하고, 때론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찾기도 한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과 '리멤버 타이탄' 이외에도 우리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 5편을 더 찾아봤다. 제각기 다른 리더십의 유형 속에서 어떤 리더십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리더가 됐을 때 어떤 리더십을 취할 것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변화와 협력의 조화, 영화 '왕의 남자'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하나는 '도전정신'이다. 도전이 성공으로 끝날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변화를 시작하는 움직임이 없으면 성공할 기회 역시 없다. 영화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 2005년)에 등장하는 장생(감우성)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전적인 리더십을 보여준다.
장생은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인물이다. 놀이패를 반복하던 중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밥만 나오면 뭐든 다 팔아? 그게 사는 거야? 한양 가자. 한양에서 제일 큰 판을 벌이는 거야" 그는 도전 정신을 행동으로 옮겼다. 한양에 도착한 장생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한양 놀이패들을 잠식하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시도한다. '왕을 가지고 놀자'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안 해본 것이니까 해보자"라며 독려하기도 한다.
다소 막무가내로 보이는 장생의 리더십은 공길(이준기)이 균형을 잡아준다. 공길은 장생이 왕 앞에서 공연 중 대사가 막힌 순간에도 즉흥적인 대사로 위기를 극복한다. 팀원들이 왕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에도 최고의 협력적 리더십을 펼친다.
한편 장생의 도전적인 리더십, 공길의 협력적 리더십은 영화 속 연산군(정진영)의 리더십과 비교돼 더욱 빛이 났다. 연산군은 단 한 사람도 믿지 못하고 늘 불안하다. 개인감정과 권력에 휘둘려 리더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세 인물이 보여주는 리더십에서 위치에 걸맞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조직원을 믿어라, 영화 '코러스'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이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이었다면 스스로 자신의 리더가 되도록 돕는 일이 요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다. 영화 '코러스'(크리스토퍼 파라티에 감독, 2004년)에 등장하는 마티유 선생은 조직원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코칭 리더십'을 보여준다.
임시직으로 부임한 마티유 선생은 음악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학생들을 이끈다. 마티유 선생이 부임한 첫날,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의 말썽에 눈을 감아주는 것이었다. 한 아이의 장난으로 학교 관리원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마티유는 교장선생에게 알리지 않는다. 대신 아이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도록 아이에게 관리인 간호를 맡긴다. 아이는 아파하는 관리인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마티유 선생은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며 자존감을 높여준다. "목소리가 좋구나. 연습만 하면 멋진 바리톤이 되겠어" "음정을 잘 맞출 줄 아는구나. 베이스가 좋겠어"라며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알아낸다. 그는 심지어 지독한 음치에게도 '지휘자 보조'라는 역할을 준다. 칭찬을 들은 학생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한다. 마티유 선생은 학생들 가까이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원칙 중심의 리더십, '코치 카터'
리더는 때로 조직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영화 '코치 카터'(토머스 카터 감독, 2005년)는 원칙을 강조한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조직원이 그것을 쟁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빈민가의 한 고등학교에 부임한 카터 농구 코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운다. 하나는 4년째 최하위 팀을 부활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와 무력감에 휩싸인 농구부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대학에 진학시키는 일이다.
카터 리더십의 특징은 철저한 '원칙 중심'에 있다. 카터는 첫날 학생들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들이 따라야 할 목록들이었다. 여기에는 '수업시간에 맨 앞줄에 앉기' '학점은 최소 2.3점 이상 유지하기' '동료와 코치에게 반드시 '님'(sir)을 붙여 부르기' 등이 있다.
학생들은 카터 코치의 명령에 따르며 금세 실력을 키운다. 결국 빈민 고등학교 농구팀은 연승을 거듭했고 사상 유례없이 농구팀 멤버 중 6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변을 연출한다.
리더가 세운 원칙 덕분이었다. 영화는 '리더가 반드시 동기부여나 권한위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적절한 원칙을 세우고 조직원들이 그것을 따르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참고자료: 생각이 팡팡 튀는 팝콘 리더십 (박일한 저/창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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