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활의 고장 예천] ③세계를 향해 활시위 당기다

체험하고 즐기는 '한국양궁원' 건립…문화 콘텐츠 산업화 정조준

예천교 위에 세워진 초대형 활 모양 조형물이 활의 고장 예천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예천군 제공
예천교 위에 세워진 초대형 활 모양 조형물이 활의 고장 예천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예천군 제공
한국 양궁의 미래를 책임질 한국양궁원 조감도.
한국 양궁의 미래를 책임질 한국양궁원 조감도.
예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회룡포, 용문사 등을 둘러본 뒤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양궁 체험을 하고 있다.
예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회룡포, 용문사 등을 둘러본 뒤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양궁 체험을 하고 있다.

'활의 고장' 예천. 대한민국 100여 년 궁도 역사 속에서 잊혀 가는 전통 활 명맥을 이어온 국궁의 도시다.

이러한 예천군이 활과 양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10월 15일에 열리는 제1회 세계활축제를 비롯해 한국양궁원 건립 추진 등이 그 시발점이다. 활을 단순한 스포츠의 한 갈래가 아닌 문화'콘텐츠로 산업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사람을 모으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궁도인들의 숙원 '한국양궁원' 건립 박차

활의 고장이란 명성을 이어가려는 예천군의 움직임은 대단히 빠르다. 지난해 12월 예천군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한국양궁원 조성과 관련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했다. 한국 양궁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 양궁문화 저변 확대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천군이 현재 한국양궁원이 들어설 자리로 점찍어 둔 곳은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인근 부지다. 예천읍 청복리 26만1천410㎡ 땅에 생활관, 양궁연수원, 종합훈련센터, 홍보관, 체험학습지구 등을 갖춘 국내 최대 양궁전문기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간별 개발 구상을 보면 교육훈련지구 '양궁을 잇다', 전시홍보지구 '양궁을 퍼트리다', 체험학습지구 '양궁을 즐기다'로 구분해 운영한다.

한국양궁원이 만들어질 경우, 인근에 풋살경기장, 양궁체험장, 인조잔디축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어 타 종목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사업계획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이다.

특히 신도청시대를 맞아 도청 신도시가 들어서는 예천 인근에 대단위 스포츠프라자가 건립되면 인근 한국양궁원의 방문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양궁과 국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다. 또 국제 지도자와 경기 지도자 등을 양성하는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세계 양궁 선수 및 지도자들의 양성소로 발전시켜 예천을 세계 양궁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 이와 함께 필드아처리 등 양궁 관련 관광 상품과 연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져올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계산이 나온다고 예천군은 설명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한국양궁원 조성에 투입되는 비용을 산업연관모형의 최종수요로 간주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약 1천34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391억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8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궁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경기가 있을 때마다 메달을 무더기로 따내는 대한민국 효자종목이다. 현재까지 역대 올림픽 메달 획득 부동의 1위(금 19'은 9'동 6개)를 고수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한국 양궁감독들을 영입하면서 실력 차가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김진호, 김수녕과 같은 명궁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탄생할 수 있는 세계적 평준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문형철 예천군청 양궁감독은 "대표적 국위 선양 종목인 양궁이 세계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선 전문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위한 양궁 거점시설 건립이 시급하다"며 "예천의 뛰어난 인적'물적 자원과 연계해 한국양궁원을 조성하면 양궁 한류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궁 붐업(Boom Up) 예천이 선점

대한민국 양궁 동호인은 약 1만9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활 잘 쏘는 민족의 이름표와 어울리지 않게 국내 양궁 관련 동호인 클럽은 31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노년의 여가생활이나 소극적 취미로만 즐기고 있다. 이는 대체로 양궁을 엘리트 스포츠로 분류해 국가대표 육성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영 경상북도양궁협회 회장은 "한국과 달리 미국,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등 외국에선 소규모 클럽이 활성화되어 있어 클럽에서 양성된 동호인들이 전문선수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양궁이 침체를 벗기 위해선 국민적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활을 기반으로 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지역적 장점을 활용해 양궁 선진국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선수 및 지도자들이 한국양궁원에서 한국 양궁을 체험할 수 있는 강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관광투어와 연계 추진할 계획이다. 선진 양궁을 배우기 위해 예천을 찾은 해외 양궁인들이 무학정에 들러 국궁을 체험하고, 회룡포와 금당실마을, 용문사, 곤충생태원, 천문우주센터 등 예천 주요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 상품이다.

특히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일본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예천군 관계자는 "한국양궁원을 세계 양궁선수들의 국제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일반인들도 쉽게 활을 쏘고 즐길 수 있는 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예천을 양궁의 메카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달 15일 열리는 '제1회 예천세계활축제'도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활쏘기 경연, 대항전, 활 시연 및 전시, 이색 활쏘기 게임 등 축제 속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세계 스포츠 외교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번 활축제에는 중국, 일본, 터키, 폴란드, 프랑스, 미국, 영국 등 10개국의 글로벌 전통 활 시연단의 공연과 함께 활의 고장 예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특히 옛날 궁사들이 숲에서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을 본떠 만든 필드아처리도 국내 최초로 첫선을 보인다.

특히 예천군은 첨단 IT와 과학기술을 접목해 스포츠 산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세계활산업박람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김준한 원장은 "스포츠, 관광, 게임, 체험교육 등 다양한 아이템과 접목해 '돈이 되는' 산업으로 이끄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국내외 양궁 관련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속 한국 양궁의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그 사업의 첫 단추가 한국양궁원의 건립"이라고 밝혔다.

◆활의 저변 확대

활은 물소 뿔과 나무 등으로 만든 전통 각궁과 합성수지로 만든 개량궁으로 나뉜다. 각궁은 60만원대로 고가인 반면 개량궁은 20만원대로 다소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개량궁은 탄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사용을 위해 낚싯대의 재료가 되는 카본 소재로 제작된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적 스포츠의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전국 국궁 동호인 4만여 명 중 80% 이상이 개량궁을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재 국내 궁도장비 공인업체는 모두 35개로 경북 업체가 9개로 가장 많다. 예천의 개량궁 제작업체 '동이궁' 김민철(35) 대표는 "온도와 습도, 보관기관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뿐만 아니라 가볍고 휴대가 용이해 동호인들이 선호한다"며 "옛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활을 현대화해 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개량궁을 만드는 업체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북도 내 9개 공인업체 중 4곳이 개량궁을 생산하는 곳이다. 국궁이 1년간의 제작 기간 동안 150회의 제작 공정을 거치는 반면, 개량궁은 한 달 내외의 기간과 20회 공정을 거치면 완성본이 나온다.

무학정 장재범 사범은 "입문자들이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국궁보다 개량궁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동호인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활을 제작할 수 있는 공정을 갖춰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궁뿐 아니라 양궁업체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토종 양궁활 업체인 삼익스포츠와 윈엔윈은 세계 양궁시장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8강 출전자의 90%가 삼익스포츠의 활을 사용했고,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참가선수 325명 중 169명이 윈엔윈 브랜드 장비를 사용하는 등 한국 양궁이 세계 속 톱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국궁의 명맥을 이어 온 한국 양궁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큰 성과를 낸 결과 한국 양궁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활과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 산업체 등을 유치해 예천을 세계적인 활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