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이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산채가공공장을 제대로 가동조차 못 한 채 핵심 설비의 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들어 불거진 '설비 결함 논란'(본지 5월 7일 자 11면 보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울릉군이 결함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울릉군은 이 설비를 갖추는 데 든 13억원 등 거액의 예산을 날리게 됐다.
울릉군은 2012년 5월 도비 20억원과 군비 13억원 등 33억원을 들여 서면 남양리에 산채가공공장을 만들었다. 특산 산나물을 고급화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준공된 지 2년이 넘도록 가동 한 번 못했다. 3차례 시험 가동에서 모두 산나물 잎이 마르고 줄기가 터지는 등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3억원을 들인 핵심 설비인 건조 오븐의 결함이 의심됐다. 그러나 당시 울릉군 관계자는 "설비 자체에 기계적인 결함은 없다. 생산 라인이 복잡해 기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울릉군은 최근 이 설비의 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산채가공공장의 민간위탁 운영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해 지난 6월 음료 생산을 준비 중인 A업체를 낙찰했다. A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당시 이 설비의 철거와 정화조 용량 확장, 전기시설 감압 등을 요구했고, 군은 산채 가공설비 철거를 포함한 업체의 상당수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울릉군의 한 간부 공무원도 "이 업체가 울릉도 특산물을 원료로 하지만 주력사업이 산채 가공이 아닌 만큼 해당 설비는 들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울릉군은 계약 전 해당 설비의 결함을 인정,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입찰을 진행한 셈이다. 결함이 있는 기계를 정비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공장은 당초 목적과는 다른 시설로 바뀌게 됐다. 게다가 낙찰업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군은 1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산채 가공설비 철거에만 4천800만원(A업체 추산)이 든다.
이에 대해 해당 부서 관계자는 "해당 설비가 효용성이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철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된 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이 산채 가공설비를 들여올 당시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2012년 감사원에 적발돼 계약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울릉 김도훈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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