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배우 강동원

오랜만에 다시 땅에 발을 디딘 배우 강동원(33). 그동안 판타지 속 인물인 도사(전우치)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초능력자) 등을 맡아 하늘 위에서 날아다니는(?) 역할로 관객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현실 속 인물로 팬들을 웃기고 울린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아들 바보' 대수 역이다.

강동원은 대수가 자신과 무척이나 닮았다고 했다. 멋지기만 해 보이는 그를 극 중에선 약간 찌질하게 만들어 안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만족해했다. "제 성격이 대수와 비슷해요. 착한 건 모르겠지만, 마음이 약한 면은 비슷하죠. 전 대수처럼 멍청해 보이는 면도 있어요. 멍청해 보여도 대수는 보통 30대 남자보다 순수한 것 같아 좋아요."(웃음)

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강동원은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 아버지를 연기했다. '강동원이 아빠!?'라는, 안 어울릴 것 같은 등식도 성립한다. 핫한 톱스타가 아빠 연기를 한다고 하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강동원은 아빠 연기를 꽤 잘했다. 철없어 보이는 대수는 택시 운전에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 생계와 아들의 병원비를 책임지는 책임감 강한 가장이기도 하다.

"제게 원래 있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대수 캐릭터를 의심했던 적도 없고, 힘들었던 것도 없었죠. 감독님은 최대한 자연스럽게만 연기하라고 하셨고, 그다음부터는 문제없이 잘 촬영한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네 모습을 그냥 보여주기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송혜교 씨도 제 성격을 잘 아니 '정체를 드러내라'고 했죠."(웃음)

'두근두근 내 인생'은 현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수와 미라(송혜교)의 과거 이야기를 전할 때는 판타지 같은 느낌을 준다. 만화를 좋아한다는 강동원은 "과거 신을 촬영할 때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보였으면 했다"고 회상했다. 수차례 '강백호처럼'이라는 말을 덧붙인 그는 "판타지적으로 보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시나리오상에 어린 시절 꼴통이라고 나와 있는 걸 보고 강백호 같은 이미지를 많이 살려보려고 했죠. 대수와 강백호, 비슷하지 않나요? 현재 장면은 현실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 과거 신은 약간 만화처럼 하려고 과장하기도 했죠. 애드리브 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해본 것 같아요."

과거 회상 장면에서 계곡물로 뛰어든 강동원은 무술 고수로 나왔던 전작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상반신을 공개했다. 옷을 벗고 몸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란다. 여성팬들이 좋아할 만한 이 장면도 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어린 대수가 기합을 외치고 발차기하며 계곡물에 뛰어드는 건 제 아이디어였어요. 대수는 꼭 그렇게 뛰어들 것 같았거든요. 첫 탈의 신인데 그 장면이 웃겨서 정말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도 좋아하는데 웃기지 않았나요?"(웃음)

만화뿐 아니라 코미디도 좋아한다는 강동원.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있어 좋았다고 했다. 물론 감동코드에는 눈물도 흘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한 장면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17년 만에 아버지(김갑수)를 만난 장면이 인상 깊다고 했다. 그는 "그 장면에서 꽤 많이 울었다"며 "리허설 전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몰입하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렸다. 대수는 '17년 동안 아버지를 봐야지!' 했겠지만 애가 아프니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 신은 시나리오에서도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는 강동원이지만, 훗날 어떤 아빠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답이 돌아왔다. "아마 대수처럼 될 확률이 95%라고 생각해요. 전 아이들과 놀 때 정신연령이 잘 맞는 편이거든요. 일본에 친한 부부가 있어서 가끔 만나는데 아들이 절 무척 좋아해요. 그 아이와 둘이서 일본을 거닐기도 했죠.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고요? 그렇죠. 실제로 따라오면서 수군대기도 했어요(웃음). 저는 가정적인 아빠가 되지 않을까 해요.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어떤 아들이었는지도 궁금하다고 했더니 "모범생이었다"고 답한다. "지금은 얼마만큼 좋은 아들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죠.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축구부 활동도 했는데 하지 말라고 하셔서 바로 그만뒀어요. 지금은 저 때문에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요. '강동원 부모' '강동원 누나' '강동원 조카' 등이 됐거든요. 꼬리표가 붙어 미안해요. 가족들은 또 실수하면 저 욕 먹인다고 조심하시려고 노력하세요. 그런 부분도 미안하죠."

강동원은 휴식기가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현장에 있을 때 스스로 필요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빨리 작품을 또 하고 싶은데 괜찮은 작품을 찾지 못해 불안한 듯 보였다. 그래서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찾아볼 생각도 하고 있다. 예전의 강동원이라면 무조건 거절이었는데, 조금 변했다.

"강요로 움직이거나 제가 생각했던 대로 안 움직이면 무척 스트레스받는 스타일이거든요. 두 시간으로 담은 영화와 16시간 동안 담아내는 드라마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드라마는 안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었대요. 지금은 시나리오는 받아보겠다고 했는데, 안 들어오네요. 과거에 그렇게 얘기해서 그런가 봐요."(웃음)

전작 '군도'에서 악역 조윤을 맡았기에 날카로웠다는 강동원.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다는 그는 "관객도 그 기분을 같이 느꼈으면 한다"며 "오랜만에 나오는 가족영화잖아요. 정말 좋은 영화고 힐링이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여러분도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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