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수필-아름다운 추억, 아들과의 등산

가랑비인지 이슬비인지 휴가 첫날부터 내린 비는 눈치도 없이 오락가락하며 우리 마음을 즐겁지 못하게 했다. 아들의 제의로 고즈넉한 산마루 밑 휴양림에서 단잠을 툭툭 털고 일어나 정상에 오르기로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궂은 비는 우리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내리고 산길도 계속 오르막이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아침 몇 날 며칠 샤워를 한 나무와 돌들은 반짝이는 몸으로 우릴 반갑게 맞이했다.

체온이 48도쯤 됐을까? 너무 더워서 우산은 가방에 모셔놓고 비를 맞으며 아들과 간 마음의 바다에 행복의 파도가 출렁이는 찰나 빗물과 땀방울은 눈썹 지부에 잠시 쉬었다 볼을 타고 내려와 턱 강에 모여 있다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뱀과 독충을 주의'하라는 고마운 문구를 보면서 간물과 맹물의 세례를 받으며 정상과 상봉하기 위하여 열심히 올라갔다. 이왕 버린 몸 하늘에 구멍이 뚫려 국지성 소나기라도 내려 샤워를 시켜주면 우리 모자는 쿨한 쾌감에 맛있는 추억이 될 텐데. 정상에 올라 멋있는 포즈로 아들과 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정상에 도전한 기쁨을 "좋다"로 함성을 질렀다. 있는 폼을 다 잡아 사진 촬영을 마친 후 하산길을 시작했다. 계곡 따라 내리는 길은 반짝이는 대리석 릴이었다. 간물과 맹물은 계속 우리 몸에 촉촉한 에센스가 되어 뿌려주고 계곡의 물소리는 메들리 음악으로 돌의 움직임은 춤으로 가끔 우릴 흥분시켰다.

'낙석주의'라는 고마운 문구에 감사하며 돌길에 지압을 많이 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서 흥도 나고 궂은 비도 계속 내리기에 궂은 비로 시작하는 '낭만에 대하여'를 불러보고 하산길 마지막엔 '정 하나 준 것이'에 가사를 바꿔 '하늘이 우울해서 비가 온 날 어제도 비 오고 오늘도 비 오네. 휴가를 잘 못 받았나 계획을 잘 못 세웠나 애꿎은 가슴만 타네. 비를 맞으며 산행하길 잘했네. 정말 잘했네"를 콧노래로 부르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거울같이 맑은 물에 손을 씻고 세수까지 했다. 처녀 시절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비를 맞으며 해수욕을 했는데 50년 만에 비를 흠뻑 맞으며 아들과 등산하면서 유명산을 유명하게 등산의 마침표를 통쾌하게 찍었다.

최순자(고령군 다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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