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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블루길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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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1966~)

낚시하던 아이가 물고기를 패대기친다

또 블루길이야,

조그만 꿈틀거림을 발로 짓누른다

외래종이라 나쁜 물고기란다

제 국토를 지키는 용사처럼 의기양양하다

칭찬을 기다리는 눈빛이다

순간, 유색인종에게 테러를 가하는

백색 젊은이들의 풍경이 겹쳐진다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외래종이 되러 떠나는 이웃들이 떠오른다

나는 우물쭈물 시선을 피해버린다

꼬마야, 함부로 외래종이라 말하지 말아라

한때는 우리도 모두 외래종이었다

아이에게 차마 해주지 못한 말이었다

사람과 물고기를 구분 못하는

나 따위가 해줄 수는 없는 말이었다

- 2014. 9월호

블루길은 북미에서 들어온 외래종 민물고기다. 주로 충주호나 팔당호에 많이 서식하며 물고기 알이나 어린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토종 물고기의 개체 수를 감소시켜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땅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물고기다.

외래종이 들어와서 핍박받는 것에서 시인은 인종 문제로 사고를 확산시킨다. 우리는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고 하는 명제에는 수긍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와 다른 인종에 대한 거부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에게는 유난히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이민족을 폄하하는 문화가 있다. 되놈, 왜놈, 양놈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데서도 국수주의의 징후가 나타난다.

세계가 한마을 되어 사는 시대에 이런 국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동포가 외국에서 노란 원숭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우리 가까운 이웃에도 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를 생각해서라도 따뜻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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