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가을, 걷고 싶은 길] 팔공산

올레길·왕건길 따라 흐르는 솔내음·역사 향기

가을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하늘과 바람, 기온 모두 완벽하다. 아직 대낮의 햇볕이 따갑지만, 숲 속엔 벌써 가을이 찾아들고 있다. 숲은 청량한 공기와 그늘, 그리고 길도 폭신해 걷는 데 그만이다. 그 길이 역사성이 있고 경관이 좋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가다가 체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대구에는 팔공산 대구 올레길을 비롯해 왕건길, 앞산 자락길 등 구석구석 걷고 싶은 길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또 녹색길 사업으로 조성한 달성군 강정고령보 녹색길과 달성보 녹색길, 와룡산과 청룡산을 잇는 쌍룡 녹색길, 동구 평광'둔산동 일대의 팔공산 녹색길 등도 걷기 좋은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각각 특징이 있는 길이다. 걷기 좋은 계절에 혼자서, 아니면 좋은 사람, 가족, 연인과 한번 걸어보자.

팔공산엔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산과 들, 농로, 마을길, 계곡은 물론 구석구석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고 있다.

▷대구 올레길=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2008년부터 직접 발품을 팔아 하나씩 찾아낸 길이다. 코스는 9개. 4개의 연결 코스까지 포함하면 13개 코스다. 이 중 현재 운영되는 것은 총 8개 코스로 왕복 5㎞(1시간 20분 내외)에서 10㎞(3시간 30분 내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걷는 도중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펼쳐놓고 파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는 것도 올레길 걷기의 즐거움이다. 어느 길을 택해도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북지장사 가는 길은 방짜유기박물관 입구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시인의 길이 길손을 맞이한다. 길 가장자리에 일렬로 늘어선 돌에는 김춘수, 윤동주, 천상병 등 시인의 시가 아로새겨져 있다.

방짜유기박물관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길옆으로 나란히 서 있다. 바람이 불면 솔잎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파도소리처럼 들리고, 솔내음은 가슴속을 시원하게 한다. 소나무 숲은 북지장사 가는 길의 '포토존'이다. 햇살이 은은한 아침이나 저녁이면 숲과 하늘이 어우러져 작품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친구와 하양에서 왔다는 이미영(41) 씨는 "팔공산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이 가을에 딱 걷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김현정(41) 씨는 "걷기에도 좋고. 솔바람, 솔향기가 정말 좋다"고 했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걷는다면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져 있는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이 가장 좋다. 신숭겸 장군이 태조 왕건으로 가장해 견훤과 싸우다 순절했던 공산전투의 현장이다.

▷왕건길=왕건길은 1천 년 전 고려와 후백제가 한판 승부를 벌인 곳이다. 당시 왕건의 전투 흔적을 따라 용호상박길(신숭겸 장군 사당∼열재'4.3㎞)를 비롯해 열린하늘길(열재∼부남교'4.5㎞), 묵연체험길(부남교∼물넘재'5.4㎞), 문화예술길(물넘재∼백안삼거리'3.3㎞), 고진감래길(백안삼거리∼평광종점'5.2㎞), 호연지기길(평광종점∼매여종점'5㎞) 등 8개 테마로 꾸몄다.

왕건과 견훤이 맞붙고(용호상박), 왕건이 견훤을 피해 고생 끝에 동쪽으로 도피(고진감래)했고, 안심동에 이르러 목숨을 구했다(구사일생)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치도 좋다. 열린하늘길에선 팔공산의 능선과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왕건 전망대와 초례봉에서는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올레길 코스

코스이름거리(왕복)소요시간볼거리

1코스북지장사 가는 길5㎞약 1시간 20분시인의 거리·솔숲

2코스한실골 가는 길9.4㎞약 3시간 30분신숭겸장군 유적지·파계사

3코스부인사 도보길9.8㎞약 3시간30분용수동 당산·수태지

4코스평광동 왕건길7.4㎞약 2시간 30분효자 강순항 나무·모영재(신숭겸장군 영각 유허비)

5코스성재서당 가는 길7~8㎞약 4시간내동 보호수·추원재

6코스단산지 가는 길7.2㎞약 2시간 30분불로동고분군

7코스폭포골 가는 길8.2㎞약 3시간동화사

8코스수태지 계곡길7.1㎞약 2시간 30분부인사'동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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