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속으로] 대구문학관의 존재 방식

'대구문학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역 문인들의 오랜 바람과 대구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맞물린 결과물이다. 지역문학관이 지역문학의 계승이란 가치와 지역의 고급 문화상품 개발이란 목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지역의 문화자원이 지역 정체성의 원 소스(one-source)가 되거나 지역 이미지 제고의 재료가 된 것은 지방자치제 이후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역 문화자원이 지역의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가 되고, 이 기호를 지역의 콘텐츠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역문학은 지역 정신과 인물, 문화적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 문화자원이란 점에서 이른바 '문화적 도시 재구성'(cultural city reformation)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역문학관은 '지방문화 활성화의 도구'적 의미가 크다. 지역문학관이 문학 정신의 계승과 활성화의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그러하거니와 지역의 문화 인프라 구축, 지역 이미지 창출, 관광증진 등 지자체의 경제적 부가가치와 문화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지역문학관이 연고주의에 바탕을 둔 개별 작가를 단순 기념하거나 특정인들만을 위한 향수적 공간으로 기능화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문학(작가)과 기억, 그리고 지역을 매개하면서 그 이면에 놓인 무수한 '문화적 교류와 공감'의 전략들이 교섭하는 장소로 문학관이 기획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되고 있다. 문학관이 단순한 물리적 전시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운영주체, 지역문인, 수용자)들이 입체적으로 교류하는 문화적 생산 거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일정하게 배열된 수동적인 전시와 동선은 대상에 대한 인식적 사유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에 탐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시물에 대한 시각적 즐거움은 이미 일차원적인 문화 향유의 방식이다. 작가가 남긴 유품이라는 것이 한정된 것이고 전시공간의 내용물 또한 교체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 몇 년이 되어도 항상 똑같은 전시 공간으로 전락한 문학관이나 기념관은 결국 관람객들로부터 멀어진다. 그러므로 자료의 소장 가치로 문학관의 위상을 내세우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결국 지역문학관은 지역의 로컬리티(locality)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라는 문제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즉 지역의 문화지형 속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전시할 것이며, 작가와 장소, 텍스트는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 또한 문학의 지역적 사유와 실천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즉 로컬리티에 대한 이해가 문학관의 핵심 기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문학관이 로컬리티의 재현이란 입장에서 다양한 문화적 사유와 교섭이 진행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문학관은 개별 작가의 전시나 기념을 넘어 대구 문학의 로컬적 가치를 재구성하고 실현하는 공간으로 꾸며져야 한다.

지역문학관은 지역 문학의 재발견이란 분권적 관점과 문학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곳이다. 문학 정전의 획일성으로부터 탈주하는 문학적 재구성과 새로운 상상력, 긴장과 창조의 과정에서 지역문학의 존재 이유를 찾는 곳이다. 지역의 문학적 기억이 전유되고 재현되는 문학관은 과거의 원형 복원이나 기념사업으로 결코 의미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문학의 기호들이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문학관에 호출된 지역문학은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과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등 지역문학의 로컬리티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 지금과 그때의 창조적 긴장과 소통이 지금 여기의 로컬리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구문학관과 로컬리티의 웅숭한 만남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것이 대구문학관의 또 하나의 과제이자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박승희/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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