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덩달아 운전대를 잡는 여성도 늘었다. 더불어 여성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조심스럽고 안정적이지만 일부 미숙한 운전자는 돌발적이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일명 '김 여사'라는 오명을 듣기도 한다. 여성은 운전 중 잘못된 자세와 습관을 고치고, 주위의 다른 운전자는 여성 운전자를 배려하는 미덕을 발휘하면 사고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여성 운전자가 낸 끔찍한 사고
지난해 9월 28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지산동 범물네거리 서편 교차로에서 38세 여성이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도로를 건너던 65세 할머니를 치어 사망케 했다. 가해 차량은 지산1동 주민센터 쪽에서 동아백화점 수성점 방향으로 좌회전하던 중 오른쪽 앞범퍼로 할머니를 들이받았다. 운전자는 지팡이를 짚고 도로를 건너던 할머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이 교차로 부근에서 여성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는 2건이나 됐다.
운전미숙이 사고를 불러온 일도 있다. 지난해 4월 2일 오후 4시쯤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 인근 1차로 도로에서 56세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신호대기로 서행하던 개인택시의 오른쪽 뒤를 왼쪽 앞범퍼로 들이받았다. 그 후 이 여성운전자는 사고를 수습하려고 갓길에 차량을 세우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는 것이 가속 페달을 밟아 채소 노점을 덮쳤고 이로 인해 노점 상인이 숨졌다.
도로를 역주행해 마주 오던 차들과 정면으로 충돌,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도 있었다. 2012년 2월 13일 오전 9시쯤 승용차를 몰던 65세 여성이 북대구나들목 방향에서 역주행해 무태네거리 쪽으로 진행하다 마주 오던 6대의 차량과 잇따라 충돌했다. 가해차량은 정면에서 오는 차들을 피하고자 차로를 바꿨고, 이를 본 차들도 정지하거나 피하는 과정에서 앞뒤를 들이받아 사상자를 냈다.
지난해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로 대구에서는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별로 보면 달성군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달서구와 수성구, 북구가 각각 3명, 남구가 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2011~2013)간 사고를 합치면 47건이 발생했고, 48명이 사망했다. 법규위반 유형별로 보면 안전운전 불이행이 34건으로 가장 많고,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5건 ▷신호 위반과 중앙선 침범이 각각 3건 ▷안전거리 미확보와 불법 유턴 등이 1건으로 나타났다.
◆증가하는 여성 운전자 사고
여성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증가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여성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1만5천230건. 이는 2009년 1만1천492건보다 무려 32.5%(3천738건)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오면서 1만2천218건에서 1만5천735건으로 28.8%(3천517건) 급증했다. 더불어 대구 전체 교통사고 중 여성 운전자 사고의 비율도 2009년에 22.1%이던 것이 지난해는 26.7%로 높아졌다. 이는 여성 운전자 사고가 전체 사고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제 2009~2013년 전체 사고는 8.8%(5천28건) 증가했다.
대구 여성 운전자의 사고는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서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는 1만5천230건으로, 전국 7곳의 특별'광역시 중 서울(4만3천212건)과 부산(1만5천237건) 다음으로 많았다. 인천(1만3천773건)이 대구 뒤를 이었고, 광주(9천909건)와 대전(9천439건), 울산(7천189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이 대구보다 7건이 더 발생했지만, 그 이전 4년 동안 대구가 줄곧 서울 다음으로 사고가 잦았다.
사고가 늘어나면서 여성 운전자에 의해 죽거나 다치는 사람도 증가했다. 지난해 대구의 여성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2만2천815명으로, 2009년 1만6천587명보다 무려 37.5%(6천228명) 늘어났다. 지난해 대구 여성 운전자 사고에 따른 사상자 수는 서울(6만3천613명)을 제외하면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 대구보다 인구가 더 많은 부산과 인천의 사상자 수는 오히려 적었다.
◆올바른 운전 습관과 주위의 배려
여성의 잘못된 운전 자세와 습관 등은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여성이 애용하는 굽이 높은 구두와 짧은 치마는 안전운전에 방해된다. 운전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려면 체중을 싣는 왼쪽 발이 바닥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굽이 높은 구두는 바닥 접촉 면적을 좁게 만들어 지탱하는 힘을 약하게 해 오른쪽 발이 페달을 제대로 밟지 못할 수 있다. 짧은 치마 역시 다리를 모으게 해 페달을 밟는 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운전 자세도 바르게 고쳐야 한다. 여성 운전자 중에는 운전석 의자를 앞으로 당긴 뒤 손을 운전대 위로 모으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시야각이 좁아져 사각지대가 생긴다. 등을 의자에 붙이고 운전대를 잡았을 때 팔꿈치가 살짝 굽혀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딴 짓' 습관도 문제다. 운전을 하면서 문자메시지를 읽거나 보내면 사고를 부를 위험성이 높아진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운전 중에 문자메시지 발송 경험이 있는 여성은 22.3%로, 그 비율이 남성보다 4.9%포인트가 높다.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만지는 등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다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유기열 도로교통공단 통합DB처 과장은 "통계적으로 여성이라서 운전을 다 잘 못한다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사회활동이 늘면서 여성 운전자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며 "여성은 차량흐름을 막는 등 자기중심적인 운전습관을 스스로 고쳐야 하고, 남성 운전자는 어린이와 노인처럼 여성 운전자를 보호해야 할 교통 약자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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