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국회 등원부터" vs 野 "대표회담부터"

세월호 정국 속에 시작된 정기국회가 한 달째 파행을 이어가면서 신뢰가 사라진 국회에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전체기간 100일 중 3분의 1가량을 그냥 허비하면서 지난 추석 때 성난 민심을 들었던 국회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30일 예정된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는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국회 등원이 우선이라는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먼저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휴일인 28일 교착 상태에 빠진 여야 협상에 다시 한 번 물꼬를 트고자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긴급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30일 예정된 본회의 역시 어떻게든 미루려 한다"며 "속임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핀했다. 결국 여야는 주말 내내 만나지도 못했다. 일각에선 30일 본회의도 새누리당 단독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29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등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등원 문제와 관련,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강력한 원내 투쟁으로 방점이 옮겨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또 "백기 투항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고, (여당의 대화 거부로) 당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결정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지리멸렬해지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이라고도 했다. 일단은 국회를 정상화한 뒤 투쟁은 별개로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비대위원장은 "우리당은 원내투쟁에 더 강하다. 의원 하나하나가 잘 훈련되고 조련된 전사"라며, "서민증세에서부터 이슈 파이팅을 해서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저쪽(새누리당)에서 우리가 속임수를 쓴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로 너무 약을 올려서 의총 분위기가 확 바뀔 수도 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오직 신(神)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28일 저녁에 비공개 비상대책위가 열렸는데, 문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에 새누리당이 즉각 거절하면서 분위기가 여권을 성토하는 장이 됐다"면서 "이런 강경 분위기가 29일 의총에까지 이어지면 경색 국면이 10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문 위원장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30일 본회의 이전까지는 야당과의 협상 창구를 모두 닫을 방침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 26일 야당의 요청과 국회의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본회의가 30일로 미뤄졌지 않나. 이번엔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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