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는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인가? 대구청년유니온의 실태 조사 결과는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에서도 인권침해와 부당 고용 행위가 흔히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가 아직 정식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부터 고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고용 기준을 법제화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온갖 꼼수로 알바생은 '눈물'
근로기준법 43조는 임금을 공제 없이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전액불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에 의해 임금이 차감됐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적잖다. 패스트푸드점에서 7개월째 일하는 대학생 이모(20) 씨는 처음에 일이 익숙하지 않아 가끔 실수를 했는데, 이로 인해 시급이 깎인 경험이 몇 차례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초반에 일할 때 햄버거 종류도 많고 재료도 헷갈려 햄버거를 잘못 만들거나 고객한테 엉뚱한 햄버거를 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시급에서 차감됐다"며 "한 달에 임금 50만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시급을 받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일하는 직장에서 시재금(時在金)이 부족하면 급여에서 부족분을 채워 넣는다는 피해 사례들도 많다. 대구청년유니온 최유리 팀장은 "편의점이나 영화관 등에서 일이 끝날 무렵 시재 점검을 하는데, 이때 10원이라도 비어 있으면 아르바이트생이 채워넣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퇴직금이나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꼼수'도 비일비재하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김모(19) 군은 근무한 지 11개월째인 지난 2월 갑자기 매니저로부터 일을 그만두고 1개월 뒤 재입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당시에는 무슨 이유인지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근무 기간이 1년이 넘으면 줘야 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편법이었다"며 "영화관에서 이런 일이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채모(19) 군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출근을 못 하거나 출근이 늦어 대신 일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사업주가 연장수당을 줘야 한다. 하루 8시간(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주는 쉬는 날이나 근무시간이 8시간이 되지 않는 날에 2시간을 근무한 것처럼 조작해 연장수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결국 채 군은 3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연장수당을 한 차례도 못 받았다.
근무 스케줄을 자주 변경하거나 추가해 달라고 부당하게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정모(21) 씨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근무하는데, 점주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변경된 근무 스케줄을 수시로 통보한다"며 "주말에 근무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싶으면 평일 '대타'를 요구한다. 수업이 있을 때도 있고, 개인적인 볼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막무가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팀장은 "추가 근무를 요구하거나 스케줄을 수시로 변경해 일을 시키는 사업장이 많지만 '을'인 아르바이트생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근로감독 강화와 철저한 교육 필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경우 직영점보다 가맹점의 노동 환경이 더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대한 노무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청이 이들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특별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의 한 노무사는 "보통 아르바이트 사업장에 대해 상시 근로감독을 1년에 한두 차례만 하다 보니 느슨할 수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 사업장의 부당 고용 신고 건수는 늘지만 단속 건수는 줄고 있다"고 했다.
근로감독관 증원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의 근로감독관이 1인당 맡는 사업장은 1천800여 개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아르바이트 사업장에 대한 감독은 등한시되고 있다.
서영훈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아르바이트생이 업주의 부당 노동 행위를 신고하면 합의를 종용하거나 무마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동 당국은 신고자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청년명예근로감독관을 위촉하는 제도를 마련해 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주들은 물론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노무 관련 교육도 필요하다. 업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노동 관련 법규나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무사들은 "노동 당국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생에게 노동법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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