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안등 없어 캄캄한 주택가…"귀가길 날마다 불안"

노후 주택지 많은 구청들 설치 민원 年 100건 넘지만 예산난, 인력부조 애먹어

대구 동구 불로동 불로중학교 주변 주택가에 보안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불로동 불로중학교 주변 주택가에 보안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보안등이 없어 어두운 밤길을 두려움으로 걷는 주민들이 많다. 야간에 불을 밝혀야 할 곳이 많지만 구청들은 예산 부족 타령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8시쯤 대구 동구 불로동 불로중학교 뒤편. 학교에서 주택가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골목은 입구부터 시작해 전등이 없는 곳이 많았다. 몇 곳에서 주황색 보안등이 불을 밝혔으나 그 바로 아래에서 주택 쪽으로 열 걸음만 걸어 들어가도 금세 어두워져 보도블록 무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곳 주민들은 이 때문에 사람 형태만 보이면 경계하며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주민은 "구청에 보안등 추가 설치를 요청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설치를 안 해줘 매일 밤이 불안하다"고 했다.

재개발이 예정돼 건물과 보안등을 허물었지만 개발이 보류된 동구 신암4동은 밤이면 암흑천지가 된다. 주민 최모(52) 씨는 "고등학생 딸이 집으로 오는 골목을 무서워해 밤마다 학교 앞까지 차로 태우러 간다"고 했다.

경찰은 보안등이 없는 곳을 자주 살피는 등 치안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부경찰서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가이드캅스'라는 야간 자율방범대를 운영한다"며 "통장 회의가 열릴 때마다 구청에 치안이 취약한 지점을 알리기 바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구청의 보안등 설치는 더디기만 하다. 장소 선정부터 설치까지 빨라도 1개월이 걸리고, 설치 요청이 많아 선정에도 애를 먹는다. 한 구청 관계자는 "보안등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한 해 평균 100~200건 들어온다. 지난해는 120여 건 요청을 받아 이 가운데 70곳에 설치했고, 올해는 100여 건의 요청을 받아 60곳에 설치했거나 할 계획이다"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모두 설치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서구 평리동과 비산동, 동구 효목동과 불로동, 달서구 진천동 등 노후 주택 지역에 설치 요청이 쇄도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 해 1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설치할 수 있는 보안등은 100여 개에 불과한데 매년 150건 이상의 요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보안등이란 대로변에 세우는 가로등과 달리 폭 12m 이하의 거리에서 보안을 위해 어둠을 쫓으려 설치하는 전등이다. 가로등은 밝기와 간격, 높이 등의 설치 기준이 있지만, 보안등은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주변보다 어둡거나 치안이 불안한 곳에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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