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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본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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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1956~ )

파장 무렵 집 근처 노점에서 산 호박잎

스무 장에 오백 원이다

호박씨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씨를 키운 흙의 노고는 적게 잡아 오백 원

해와 비와 바람의 노고도 적게 잡아 각각 오백 원

호박잎을 거둔 농부의 노고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실어 나른 트럭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 원

그것을 파느라 저녁도 굶고 있는 노점 할머니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 원

그것을 씻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아내의 노고도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사들고 온 나의 노고도 오백 원

그것을 입안에 다 넣으려고

호박쌈을 먹는 내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시집 『호루라기』, 문학과지성사, 2012.

흔히 시인은 가난하다고 한다. 자기 자녀가 장래 희망이 시인이라고 한다면 이를 반길 부모는 드물 것이다. 사랑하는 자식의 희망이 가난한 사람이라니 어느 부모가 수긍하겠는가? 나의 부모님도 그러하셨다.

시인은 왜 가난한가? 상식적인 셈법이 어둡기 때문이다. 산수 점수도 대개 보잘것없다. 이 시인의 셈법을 살펴보자. 호박잎 스무 장을 500원에 샀다. 그런데 시인의 셈법은 특이하다. 흙의 노고, 비와 바람의 노고, 농부의 노고, 노점 할머니의 노고를 모두 더하니 2천원은 족히 넘는다. 그 비싼 호박잎쌈을 먹자니 입이 찢어질 것 같다. 이것이 시인의 셈법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셈법이 이러하니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우리 전통 음식 가운데 호박잎쌈은 탁월한 음식이다. 호박잎을 살짝 쪄서 손바닥 위에 놓고 그 위에 밥을 얹고 짭짤하게 끓인 강된장을 올려 두 손으로 감싸서 먹으면 눈웃음이 절로 난다. 이런 행복이 500원이라니 지나치게 과분한 게 아닌가. 먹어보면 안다. 시인의 셈법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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