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9월(예정대로라면) 정기국회가 열릴 때쯤 정치권은 2016년 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 '올인'을 한다. 지금부터 1년 남짓 눈앞에 선거가 없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때가 지나면 선거 외의 다른 일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아무리 중요한 나랏일이라도 뒷전이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는 2000년 이후 6차례 있었다. 그중에 내년처럼 총선과 지방선거, 지방선거와 총선 사이에 끼어 있는 '무선거' 해는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였다. 먼저 2005년 앞뒤로는 2004년 17대 총선, 2006년 지방선거가 있었다. 2005년에는 2004년 일어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여진이 계속됐다. 일을 할 여건이 못 됐다. 노 대통령은 탄핵의 상처를 임기 내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2009년 앞뒤로는 2008년 18대 총선, 2010년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2009년은 광우병 파동의 후유증이 여전할 때였다. 이명박정부가 아니라 광우병 정부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짐작이 간다.
거기에 비하면 2015년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낫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샌드위치 같은 구도다. 하지만 탄핵과 광우병 급의 초대형 이슈는 없다.(물론 아직 세월호의 불씨가 남아 있긴 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내년 9월 정기국회 때까지는 잔머리 굴리지 않고,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여당, 새누리당에는 다시 맞기 어려운 소중한 기회다. 사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새누리당은 딱히 해놓은 일이 없다. 올해는 세월호로 좋은 시절 다 보냈다. 내년 정기국회 전까지 뭔가 이뤄내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라고 나팔만 요란했지 시간만 축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너무 많다. 물론 다 어려운 일들이다. 공무원 연금문제같이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거대 집단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도 있다. 남부권 신공항처럼 서울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해당 지역들끼리 서로 갈등하는 일도 적지 않다. 증세 없이 복지 지출을 늘린다는 약속을 언제까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의 논란도 뒤따라 다닌다. 모두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메가톤급이다. 하지만 민감하다고 너무나 중요하다고 뒤로 미루기만 하고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집권 정당으로서는 직무유기다. 맞을 매라면 미리미리 맞아야 한다. 선거가 임박해서는 더 어렵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선거가 1년 이상 없으니 시간도 벌 수 있다. 다행 아닌가?
약속보다는 실천이 필요하다. 국민들 눈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말만 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다. 특히 야당의 전유물이었다. 국회해산까지 요구하는 여론의 등쌀에 떠밀려 최근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모두 완전국민경선 등의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말이 앞서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을 보기 좋게 깔아뭉갠 정치권이다. 물론 그 책임의 대부분은 새누리당에 있다.
집권 세력의 중심축인 여당은 야당과 달라야 한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고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바로잡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여당이 갖추어야 할 모습이다. 무책임한 야당에게는 기대할 것도 요구할 것도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야당이라면 더 그렇다.
새누리당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리 없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은 원망의 대상이다. 과거처럼 단독처리, 날치기라도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싶어도, 통제 불능인 것은 물론 교섭 불가 수준의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을 해도 새누리당이 면책일 수는 없다. 언제 야당이 고분고분한 적이 있었나? 언론이 협조적이지 않다고? 핑곗거리일 뿐이다.
새누리당은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이다. 그래서 앞으로 1년, 새누리당의 배전(倍前)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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