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을 맞은 '권영진호'의 핵심 과제는 소통, 개혁, 일자리 창출 등 크게 3가지다. 이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강조하고 있는 핵심 공약이다. 시민이 시장이 되기 위해선 '소통'을 해야 하고, 공직사회가 먼저 '개혁'돼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대구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영진 시장이 이를 위해 취임 후 지금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 및 성과 등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시민이 시장이다
권 시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현장소통 시장실, 시민원탁회의 등 시민과의 소통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 내부 업무나 조직 관리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 시민과 만나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현장소통 시장실=권 시장은 민원(갈등) 발생 지역이나 취약 지역'계층 등 현안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취임 후 지난달 말까지 총 36차례 현장을 방문했고, 123건의 현안을 건의받았다. 이 중에서 칠성시장 유통업체(식자재마트) 입점 문제를 해결한 것을 비롯해 차량등록사업소 북부민원분소 설치, 4차순환도로 인근 도동측백수림 통과구간 터널화 합의 등 실타래처럼 꼬인 현안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있다. 시는 민생 현장과 함께 테마별, 직능별 현장소통 시장실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원탁회의=권 시장이 지역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장치다.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주요 현안을 놓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눈 뒤 그 의견들을 모아 최종 결과물을 내는 시민 의견 수렴 제도다. 이는 권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시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놓으면 시정에 반영된다. 시민 참가자들이 원탁에 나눠 앉아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원탁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시민원탁회의에 참여했던 신혜영 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시장이 직접 듣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시민들에게 꾸준히 다가가면 시민 의식도 어느 순간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민정책공모제=시민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는 제도로 시민이 제안한 정책을 시민이 직접 뽑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지난달 17일 실무심사위원회를 통해 시민 정책 제안 120건 중 10건을 1차로 선정한 뒤 20일 길거리 시민 현장투표를 통해 제안자 6명을 선정했고, 29일 시민평가단 150명이 참여하는 '시민정책제안 콘테스트'를 열었다. 시는 2일 최종 선정된 시민 제안 5건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권 시장은 "'시민을 두고 행동하는 행정', 시민의 입장에서 '안 되는 행정이 아닌 되는 행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며 "이러한 소통 장치들을 통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했다.
◆개혁'변화의 새 바람
▷조직 개편=권 시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빼든 칼은 대구시 내부 조직의 개편이었다. 권 시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시의 경제'산업 부서를 통합하고, 시민 소통 및 민원, 안전을 담당하는 기구를 일원화했다. 또 시민 복리 증진과 시민 소통 확대를 위해 시민행복국을 신설한 것도 조직 개편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인사=완전하지는 못했지만 권 시장은 첫 인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승진 보증수표와 같았던 직무대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승진한다는 연공서열 관행도 없앴다. 또 그동안 배제됐던 소수직렬에 대한 벽도 일부 허물었다. 기술직'행정직의 엄격한 구분으로 서로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문화를 깨기 위해 행정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서에 기술직을 전진 배치시키는 등 기술직과 행정직 간의 칸막이를 없앴다.
▷개혁은 계속된다=권 시장은 개혁'혁신 기조를 시 내부 조직에 그치지 않고 공기업, 시 산하 각종 위원회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이들 공기업과 위원회의 개혁'혁신 후 대구시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은 물론 각 위원회의 역할까지 재정립할 작정이다. 실제 권 시장은 대구시 산하 각 위원회의 역할 등 정비를 지시한 상태다.
권 시장은 "지금까지는 공기업과 각종 위원회를 대구시 공무원들이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할과 관계 정립을 다시 해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각 단체가 직접 운영하고 시와 공무원은 지원하는 형태, 관계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권 시장이 원탁회의, 조직 개편 등 대구 혁신과 시정 혁신에 의지를 보이며 시도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며 "그러나 의지와 시도에 비해 실천이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과감한 돌파력을 갖든지 의회, 공무원 등 혁신 주체 및 파트너를 잘 설득하고 우군을 만들어 정교하고 구체적인 노력과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경제 살리기에 목숨 건다!
▷창조경제 실현 발판 마련=권 시장이 약속한 경제 공약은 '3'3'5'5'로 대변되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MOU를 체결하는 등 옛 제일모직 부지를 대구창조경제단지로 조성할 수 있는 첫 삽을 떴다. 시는 이곳에 900억원을 들여 스타트업 지원센터, 문화예술창작센터, 중소벤처 오피스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곳 창조경제단지가 자리를 잡으면 경북도청 이전 터의 연암드림밸리와 경북대, 동대구벤처밸리, SW융합산업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창조경제벨트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경북도청 이전 터 14만5천203㎡에 연암드림밸리를 조성, ICT 기반 창조경제'인재양성의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노사정 대타협=최근 선포한 대구 노사정 평화 대타협도 대구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번 MOU를 통해 노동계는 무분규 및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고, 경영계는 기업투자 활성화 및 고용 증진'근로자 복지 향상에 앞장서기로 했다. 대구시와 고용노동부는 노사정 신뢰 구축과 협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 유치=시는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 최근 나라엠앤디㈜ 등 12개사의 대구국가산업단지 투자(2천539억원'고용창출 930여 명)를 유치했고, 메가젠임플란트의 성서5차산업단지 투자(884억원'360여 명)를 성사시켰다. 또 의료R&D지구 내에 7개 회사를 유치하고, 한국전력공사와 청정에너지사업 투자 MOU를 체결했다.
▷일자리 창출=시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크게 청년 창업지원 확대, 사회적 경제 일자리 창출, 서민복지 일자리 확대 등이다. 청년 창업지원 확대를 위해선 창업 성장단계별 육성 시스템 강화, 엔젤투자 매칭펀드 운용, 청년창업성장센터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사회적 경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선 (예비)사회적기업 육성과 도시형 마을기업 육성(80곳), 협동조합 활성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권 시장은 "창조경제를 위해선 규제 개혁과 노사평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기업 유치단도 노사정 공동으로 꾸리고 함께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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