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토끼의 나태함 덕분이다. 토끼가 정상적으로 경기했다면 결코 거북이가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를 좁히는 일 역시 이와 비슷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3월에 치르는 첫 모의고사 성적의 격차를 3년 뒤 수능시험에서 좁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교 입학 때의 성적에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인 지점을 수능 성적이 아니라 대학 입학에 놓고 본다면 과정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거북이가 자신의 레이스만 잘 펼쳐도 토끼보다 더 나은 결과를 거두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수영으로 종목을 바꾸면 거북이가 '필승'이다. 정시모집에서 수시모집 중심, 특히 학생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대입 전형의 변화 흐름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말이다.
현행 입시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고, 상위권 대학들은 70% 안팎이다. 전 과목의 수능 성적으로 평가하는 정시가 아니라 수능의 반영 과목이나 영향력이 제한되는 수시에 대비한다면 학력 격차를 좁히거나 뒤집는 일은 한결 쉬워진다. 수능 성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고교 3년 동안 전 과목에 걸쳐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진로와 전공을 가급적 일찍 설정하고 유리한 전형을 선택해 맞춤형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전형별로 많은 차이를 두는 현행 대학입시에서 전형의 선택 기준은 의외로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학교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이라면 학생부 교과중심 전형, 학교 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로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은 학생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수능 과목 공부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도 저도 부담스럽다면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년 입시에서 논술전형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수능 성적이 좋았던 우선선발 학생들보다 일반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 10점 가까이 높은 현상을 보였다.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곧 논술 성적을 잘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올해는 우선선발 인원이 대폭 줄어 논술의 출제 패턴과 평가 기준에 맞는 학습을 충분히 한다면 수능 성적 격차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학력 격차는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래의 잠재력을 키우는 비교과활동이나 논술을 위한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격차를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역 간 격차 해소의 올바른 방안을 찾을 수 있고, 지역 전체의 성과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실은 토끼와 거북이가 꼭 달리기로만 겨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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