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가치, 안동에서 찾다 ①"21세기 지구촌, 안동에 주목하다"

"현대 인간의 본성·주체성 회복을 위해, 우리는 안동에 모였다"

현대병을 치유할 새로운 장소로 인문가치의 중심지 안동이 주목받고 있다. 도산서원 등 안동지역 곳곳에 흩어져 전해오는 서원에는 선비정신과 실학정신 등 21세기 지구촌의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인문정신문화 자원이 풍부하다. 지난 7월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조손 나들이 모습. 엄재진 기자
현대병을 치유할 새로운 장소로 인문가치의 중심지 안동이 주목받고 있다. 도산서원 등 안동지역 곳곳에 흩어져 전해오는 서원에는 선비정신과 실학정신 등 21세기 지구촌의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인문정신문화 자원이 풍부하다. 지난 7월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조손 나들이 모습. 엄재진 기자
안동을 찾은 세계 석학들이 안동향교 고유제에 참석해 배향하고 있다.(오른쪽부터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돈 베이커 교수, 중국
안동을 찾은 세계 석학들이 안동향교 고유제에 참석해 배향하고 있다.(오른쪽부터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돈 베이커 교수, 중국 '니산(尼山)포럼'의 쉬지아루 의장)
안동을 찾은 중국
안동을 찾은 중국 '니산(尼山)포럼'의 쉬지아루 의장과 이근필 퇴계 종손의 만남.

현대병을 앓고 있는 지구촌이 안동을 주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공인된 안동은 물질 만능과 개인주의 등 지구촌이 앓고 있는 병폐를 치유할 다양한 '인문가치' '정신문화'를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철학으로 정립된 '유교'유학'에서 시작된 정신문화는 구한말과 일제 강제병합 등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안동 선비들이 목숨을 던지는 구국의 길에 나서게 했다. 이 같은 정신문화는 신도청시대를 맞아 한국정신문화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매일신문은 안동시와 공동으로 10회에 걸쳐 안동의 인문가치를 찾아 나선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가치는 '인문' '정신' 문화다. 박근혜정부의 정책 기조 가운데 핵심은 인성교육 실현을 위해 인문정신, 인문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문 콘텐츠 개발로 문화융성 시대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정부는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의 근거가 되는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산하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도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 방향으로 '인문정신을 시민의 지혜로'란 표어를 제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북도도 지난해부터 안동을 중심으로 북부지역 9개 시군을 아우르는 '한국 정신문화 중심도시' 용역을 진행,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1조2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문화융성 시대에 걸맞은 인문가치 함양과 정신문화 콘텐츠 개발 사업은 한마디로 '안동'을 위한 맞춤식 사업이다. 안동이 보유한 다양한 인문가치, 정신문화에 대해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구촌 석학들이 주목한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지난 7월, 안동에서는 세계적 석학 100여 명이 참석해 21세기를 지탱할 새로운 정신문화 패러다임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행사가 열렸다. '21세기 인문가치포럼'으로 불린 이 행사에서 지구촌 석학들은 각종 분쟁과 양극화 등 물질과 경제논리 속에서 나타나는 지구촌 곳곳의 부작용에 대해 윤리와 의(義), 인간중심 가치를 중시하는 '유교'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점 찾기에 나섰다.

안동시가 지난 3월 '한국정신문화재단' 발족과 함께 출범시킨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의 첫 사업으로 '현대 세계 속의 유교적 가치'를 주제로 한 토론회 자리였다.

이 포럼에는 김광억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공동조직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과 중국 '니산(尼山)포럼' 쉬지아루(許嘉潞) 위원장을 비롯한 중국 인사, 미국 하와이 대학 짐 데이터 교수, 영국 학술원 도이힐러 마티나 박사, 일본 요시다 미츠오(吉田光男) 도쿄대 교수, 싱가포르 프라센짓 두아라 국립싱가포르대 아시아연구원장 등 세계 석학들이 참석했다.

중국 유학의 재건을 추구하는 니산포럼의 쉬지아루 의장은 기조강연에서 "인문가치포럼의 개최는 한국과 세계가 신인문주의 및 인류 공동의 신윤리를 세우는 중요한 사건이다. 퇴계의 학문은 오늘날까지 영향이 크다. 유학은 세계의 걸출한 사상'학술과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 혹은 그 사상을 배출한 민족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퇴계사상의 발전과 실천 역시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정신 자산"이라고 했다.

이 행사를 통해 세계 석학들은 '안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인간 본성과 주체성 회복의 길을 찾기 위해 인문 전통의 고장 안동에 모였으며, 우리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 인의(仁義)와 상생의 도덕적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재확인했다. 유교의 가르침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다시 읽어 재조명하고, 나아가서 인류의 다양한 문명 간의 소통과 창조적 융합을 도모할 것을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김병일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조직위원장은 안동의 가치에 대해 "단순히 유학의 본향이기 때문에 안동에서 동아시아 가치의 새로운 해석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다. 안동은 근대와 전근대, 동양과 서양,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국가와 민중 등 다양한 계층의 충돌과 경합, 협력이 이뤄졌던 동아시아 공간의 역사적 경험을 잘 대표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 충돌이 중층으로 겹쳐 있는 경험 및 역사와 공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안동이 지닌 인문가치, 정신문화 DNA

세계 석학들이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통해 발표한 '안동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안동은 국내를 벗어나 이제 세계가 인정하고 주목하는 인문 전통의 고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퇴계 이황이 있다. 그의 가르침과 생활 철학이 21세기를 치유할 새로운 정신문화 패러다임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유교'유학'으로 대표되는 퇴계의 철학은 인간 본성을 되찾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도산서원 등 곳곳에 흩어져 전해오는 서원에는 선비정신과 실학정신 등 한국 인문정신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게다가 전통문화공간인 향교와 서원 활성화, 역사'문화'인물 등이 마을과 골짜기마다 빼곡하게 전해지고 있다.

안동은 지역 전체가 '지붕 없는 야외 박물관'으로 인정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인문정신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박물관과 미술관, 인문자산을 활용한 만화'게임 등 콘텐츠, 은퇴자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나눔교실, 청소년의 감성과 창의성 증진을 위한 각종 캠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도산서원 선비문화 수련원, 한국국학진흥원과 국학문화회관 등 기관에는 해마다 수만여 명이 선비문화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경영인들은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배우고, 군인들은 선비들의 나라사랑을 익힌다. 공직자들은 퇴계의 청빈한 삶과 도덕적 철학을 따라 실천하려 하고, 학생들은 핵가족 사회에서 사라져 버린 '경'과 '효'를 새로이 체험하고 있다.

종가와 종택, 문중마다 정신문화를 잇고 있는 종손과 종부들이 옛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하회마을과 내앞마을, 소산마을과 상'하계마을 등 도덕과 윤리를 강조했던 선비들의 인문적 삶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전통마을들이 즐비하다.

유럽 내 한국학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영국학술원 소속 마티나 도이힐러 교수는 "유교의 중심은 교육이며, 안동은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육자 중 한 명인 퇴계 이황을 낳은 곳이다. 퇴계는 오늘날에도 타당한 학습 방식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스스로 깨닫기'였다"고 했다. 그는 "성취감을 느끼는 개인은 물론 더 발전된 사회로 우리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유교의 교육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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