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대구의 밤을 뜨겁게 달구었던 축제를 기억하는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축제장을 찾아 즐겼던 치맥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장에는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 치맥 페스티벌을 잘 키우고 다듬으면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멋진 축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치맥 페스티벌은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가게 될 젊은 층의 호응을 많이 이끌어낸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 미래의 주역들이 대구를 더 많이 찾아, 대구에서 즐거움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대구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게 된다면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요즘 대구의 지도자들이 고민하는 화두 중의 하나가 인재 유출 문제이다. 지역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외지로 떠나는 것이 심각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자라고 공부한 인재들이 정든 내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우수한 두뇌들이 이르게는 중고등학교 때, 또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 하나 둘 고향을 등지고 있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가 있고, 정답게 지내던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일자리이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지난 주말 잠시 짬을 내서 대구글로벌게임문화축제(e-Fun 2014)가 열린 국채보상기념공원에 들러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젊은이들의 놀이터인 게임축제장에 간다는 것이 쑥스럽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무엇 때문에 그리 게임에 열광하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휴일이어서인지 행사가 열리는 광장 주변에는 꽤 많은 관람객이 모여 있었다. 청소년들도 있고, 부모님과 함께 나온 어린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보드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등 참가 업체 부스별로 전시된 게임 콘텐츠들을 다뤄보기도 하고 놀이도 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관람객이 찾은 탑승형 아케이드 게임기기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 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로 신기했다. 여러 가지 보드게임이 전시된 부스들에서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게임이라고 하면 모두가 칼부림에 무자비한 총격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올해로 14회째 열린 e-Fun 2014 축제에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12개 업체와 외지업체 등 30여 곳이 참가했다.
섬유도시로만 그 명성이 기억되던 대구가 언제부터인가 게임도시라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대구라는 도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피상적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게임산업이 가장 활발한 도시이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개발업체가 100곳을 넘는다고 한다. 대구에 이렇게 많은 게임업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그중에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제 새롭게 도약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업체들도 있고, 그동안 수도권에서 활동하다 대구로 터전을 옮긴 곳도 많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게임업체들이 대구로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시 등 관계기관에서 팔을 걷은 결과물이다. 권영진 시장도 후보시절부터 이들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안다.
아직 섬유산업과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대구의 게임산업이 성장하는 추세로 볼 때 가능성은 무한하다. 게임 산업이 대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소중한 양식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게임산업뿐만이 아니다. 대구에서는 최근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가 그렇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그렇다. 이런 움직임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는 후배 한 사람이 서울 쪽으로 직장을 옮기려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 일하는 곳도 지역에서는 평판이 괜찮은 중견기업체인데 자신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고향을 떠나려는 후배를 보며 섭섭한 기분이 없지도 않았지만, 대구의 오늘이 젊은 인재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대구의 일자리 환경이 젊은이들의 눈높이를 웃돌게 되는 날이 어서 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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