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이 책에는 지은이의 '인지'가 붙어 있다. 인지는 세금이나 수수료 등을 냈음을 증명하는 표인데, 책 출간에서는 지은이의 도장을 찍은 '인지'를 각 권마다 붙여 출판사가 책을 몇 권이나 펴냈는지 지은이가 명확하게 알도록 하는 장치다. 나이가 든 작가들 중에는 책을 다 쓴 뒤 인지용 도장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인지 부착은 1990년대까지 책 출판의 당연한 절차였다. 그러나 인지 부착은 오롯이 수작업이고 시간과 비용면에서 손실이 크다. 인쇄소에서도 이 작업을 꺼린다. 이에 따라 2000년대부터 차츰 인지를 생략하면서 대신 '지은이와 협의하여 인지는 생략합니다'는 문구를 붙였다.(일부 작가는 여전히 인지를 고집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작가들은 "출판사가 책을 더 찍어내고도 알려주지 않으면 알 길이 없어 인세를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에 다시 등장한 인지는 출판계의 잊힌 낭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도 준다.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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